MINIMAL LIFE

애착이 없는 것부터 버리기.
무료 샘플이나 사은품을 무턱대고 받아 오지 말 것.
환경을 위해 소창 행주, 천연 수세미, 천연 세제,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 사용하기.
식탁, 싱크대 위 등 표면부터 정리하기.
묶음 상품 지양.

조금씩 비우기

수년 전만 해도 양수나는 예쁜 물건을 보면 사야 직성이 풀렸다. 그만큼 충동구매도 잦았다.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한 맥시멀리스트였던 그녀는 현재 미니멀 라이프 1년 차다. 옷장에 꽉 찬 옷들을 보며 여느때처럼 ‘입을 옷이 없다’고 고민하던 그녀에게안 입는 옷을 정리하는게 어떻겠느냐는 남편의 한마디가 그날 따라 가슴에 와 닿았다. 곧장 옷 정리를 시작했다. 즐겨 입는 옷만 남겨 여유 공간이 넉넉히 생긴 옷장을 보는 기분은 기대 이상으로 후련했다. 옷장처럼 다른 공간들도 비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때부터 관련 서적을 읽으며 본격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비우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라고 생각했어요. 물건이 적어야 미니멀 라이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비운다고 무조건 행복해질까’라고 자문해봤어요. 미니멀 라이프는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일 뿐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내게 맞는 기준을 정해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즐겁게 실천해나갈 수 있어요.”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생활비가 크게 줄었다는 것. 식구가 넷이라 대형 마트에 가면 버릇처럼 필요 이상으로 식품을 구입해 냉장고를 꽉 채워놓곤 했다. 며칠 후 시들어버린 채소를 먹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들을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필요한 것을 메모해 그것만 구입하는 지금은 식비가 그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생활용품도 마찬가지. 쇼핑하는 순간이 행복해서 사서 쓰다가 금방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생활에서 벗어난 지금은 가진 물건을 아껴서 사용하며 삶 자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냉장고에 보관만 하다가 버려지는 음식물이 없고 물건을 관리하느라 들이는 시간과 돈이 현저히 절약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미니멀 라이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쉴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늘었고 물건 하나를 신중하게 구입해 오래 쓰니 환경에도 이롭죠.” 미니멀 라이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양수나는 ‘미련이 없는 것부터 버릴 것’을 추천한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옷부터 버리려고 하면 힘들 거예요. 당장 정리해도 아쉽지 않은 공간이나 품목을 정해 하나씩 비워보세요. 눈에 띄는 공간의 위쪽부터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책상이나 선반, 식탁, 싱크대 위 같은 곳을 정리하면 바로 깔끔해진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무료 샘플이나 사은품을 받을 때도 두 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필요하지 않은데 그냥 주니까 가져오는 것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집 한구석을 차지하는 고물이 되거든요. 대량 구매를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물건을 구입하는 습관도 필요해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는 있어도 쓰다 보면 유효기간이 지나 결국 버리게 되더라고요.” 무작정 비우기보다 자신의 소비 패턴을 냉정하게 파악해 필요한 것만을 남기는 것. 물질만능주의 아래 누군가에겐 엄두도 낼 수 없는 도전이지만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을 앞당길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