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그레이 크롭트 재킷, 그레이 점프수트 모두 제곱(X2). 박신혜 수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Jay baek Couture).

처음 <콜>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세밀하게 잘 쓴 웰메이드 책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너무나 많았고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만, 영숙에게는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악역이라고 구분하기는 어렵죠. 영숙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숙의 감정에 이입하시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그만큼 잘 쓰인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해요.

영화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입봉작입니다. 이 감독과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나요? <몸 값>을 공개 당시에 봤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미팅하기 전에 다시 찾아봤어요. 엽기적이면서 압도적이고 놀라운 반전까지 갖췄죠.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미팅을 요청했을 정도로 이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독님께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영화는 특정한 어느 날부터 시작되니, 개연성을 갖춘 캐릭터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설명되지 않은 사전의 일들을 알아야 해서요.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 제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게다가 영화 <콜>은 현재와 과거를 수십 번 넘나들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혼란이 올 수 있어요. 다행히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피며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촬영이 시작된 후로는 대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합이 잘 맞았어요. 제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늘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습니다.

전작 <버닝>이 화제를 모은 터라 주변의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이로 인한 부담감이 있어요? 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를 다 찍은 후에 생각해보니 영숙은 <버닝>의 ‘해미’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더라고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충현 감독은 <콜>을 준비하며 영숙 역의 전종서 배우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습니다. 영숙으로 살아보니, 실제로 자신과 닮은 지점이 있던가요? 실제로 극 중 영숙처럼 폭주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아무리 연기라 해도 영숙과 비슷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다는 건 제 안에 잠재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저도 불같은 구석이 있긴 해요. 뭐 하나에 꽂히거나 좋아하는 게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거든요.

 

전종서 블랙 팬츠 렉토(recto.), 블랙 니트 하이넥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화 <콜>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입니다. 이충현 감독은 “여성이 장르영화에서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어요. 성별에 따라 맡아야 하는 배역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캐릭터라면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지점에서 영화 <콜>이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영숙은 극 중에서 서연과 통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게 되죠. 만약 실제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래를 알고 싶어서 타로점을 보러 다닌 적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현실에 무게를 두고 사는 성격이라, 당장 내일 일도 계획을 세우지 않거든요. <콜>에서도 이야기하듯 미래는 지금 당장의 선택에 따라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배우로서 꾸는 꿈이 있나요? 희로애락 네 가지 중 뭐가 됐든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나고 싶어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거나 겁내거나 주저했던 캐릭터를 저돌적으로 해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일단 경험해보는 거죠. 그래서 배우로서 올라가야 할 정확한 목표를 정해둔 것은 아니에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 제게는 내일보다 지금 당장이 더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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