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렌시아가의 수장으로 부임한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첫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감성과 균형으로 완성한 캠페인으로 브랜드의 새로운 서막을 알렸습니다.



파리의 한 호텔. 새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 위, 자연광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공간에서 촬영된 피촐리의 첫 발렌시아가 캠페인이 공개되었습니다. 데이비드 심스(David Sims)가 카메라를 들고,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와 산드라 머레이(Sandra Murray)가 렌즈 앞에 섰죠. 인위적인 포즈 대신 자연스럽게 포착된 순간, 강렬한 대비 대신 편안한 여백. 피촐리의 첫 캠페인은 ‘현대 여성의 우아한 초상’을 담아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올해 발렌시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피촐리의 첫 공식 비주얼입니다. 캠페인의 중심에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백, ‘르 시티(Le City)’와 ‘로데오(Rodeo)’가 있죠. 클래식한 블랙 레더와 브라운 스웨이드의 텍스처가 눈길을 끄는데요. 뎀나의 발렌시아가 특유의 실험적 아이러니 대신 ‘감성’과 ‘균형’에 초점을 둔 현실적인 우아함을 전하죠. 이는 발렌시아가의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피촐리 특유의 서정적 미학을 더한 결과입니다.
앞서 그는 지난 10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첫 발렌시아가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날카로운 테일러링과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기존의 하우스 코드를 새롭게 해석한 무대였죠. 런웨이에서 보여준 도전적이고 과감한 디자인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절제된 우아함이 이번 캠페인 비주얼 속에 담겨있습니다.
발렌시아가에 부임하기 전 피촐리는 발렌티노에서 25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며 ‘로맨티시즘의 재해석’을 완성한 디자이너로 평가받았습니다. 화려한 자수와 풍부한 컬러 팔레트, 그리고 유려한 실루엣을 통해 강인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여성상을 그려왔죠. 특히 2020년대 들어 선보인 미니멀한 실루엣은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의 본질을 일찍이 제시했습니다. 피촐리의 미학은 언제나 인간의 감정과 예술적 서정을 중심에 두고 있었고, 이번 발렌시아가 캠페인에서 그 철학은 한층 절제된 형태로 이어집니다.
패션이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이번 캠페인에서 고스란히 담겨있죠. 그는 과시보다 여백, 자극보다 여운으로 이야기합니다. 부드럽지만 확실한 변화의 첫 장면, 피촐리의 발렌시아가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