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부터 디올까지 새 시대를 선언한 브랜드의 새로운 아이콘 백 7

2025년, 패션계는 대대적인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주요 럭셔리 하우스들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를 단행하며 세대 교체의 막을 본격적으로 연 것이죠.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은 디올(Dior)로, 뎀나(Demna)는 구찌(Gucci)로,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샤넬(Chanel)로 이동하는 등 젊고 감각있는 디자이너는 각자의 미학을 새로운 하우스에서 펼쳐내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부임한 디렉터들은 브랜드의 유산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가장 현재적인 감각을 다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새 시대를 선언했죠. 그리고 이 변화는 무엇보다 가방에서 가장 빠르게 감지됩니다.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 컬렉션만큼이나 백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해왔으니까요. 2026 봄-여름 시즌은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대의 첫 시그니처를 선보이는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각 하우스는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재해석하거나, 아카이브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아이콘 백을 제안하죠. 어쩌면 이번 시즌, 거리를 지배할지도 모를 가장 주목해야 할 백들을 소개합니다.

GUCCI 구찌 보르세토 & 구찌 질리오

1950년대에 탄생한 홀스빗은 구찌(Gucci)를 대표하는 엠블럼입니다. 이 모티프는 1953년 홀스빗 로퍼에 처음 적용된 이후, 수십 년간 구찌의 승마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죠.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Demna)의 첫 챕터인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을 통해 공개된 구찌 보르세토(Gucci Borsetto)백은 철저히 홀스빗 엠블럼을 중심으로 헤리티지의 문맥을 이어 나갑니다. 구조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실루엣, 어딘가 반항적인 무드가 가득한 백은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감각 사이의 균형을 이루죠. 롱 핸들과 탈부탁 가능한 스트랩은 활용성을 높였고, 미디엄과 라지 두 가지 사이즈, 다크 브라운 스웨이드, 소프트 블랙 레더, GG 모노그램 캔버스 등 다양한 소재와 컬러 옵션을 제공해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한편 구찌 질리오(Gucci Giglio) 백 역시 이번 시즌 주목할 모델인데요. 백의 이름은 구찌가 탄생한 도시 피렌체를 상징하는 꽃, 백합을 뜻하는 ‘질리오(Giglio)’에서 유래했습니다. 뎀나 이전, 2026 크루즈 컬렉션에서 처음 공개된 이 모델은 구찌의 유산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토트 백에서 착안한 여유로운 실루엣은 우아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숄더 백과 클러치 형태로 연출 가능한 디자인은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유연하게 충족시켜 줍니다.

LOEWE 아마조나 180 

로에베(Loewe)의 아마조나 180(Amazona 180)은 하우스 창립 18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상징적인 모델입니다. 1975년 첫선을 보인 아마조나는 당시 현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하며, 하우스의 가죽 공예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아이콘 백인데요. 잭 맥콜로(Jack McCollough) &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 듀오의 데뷔작인 2026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재해석된 이번 모델은 ‘아마조나 180’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공개되었습니다. 아마조나 180은 로에베가 축적해온 장인정신을 집약한 결과물입니다. 과거의 견고한 구조는 유지하지만, 보다 구조적인 실루엣과 유연한 형태를 결합해 현대적인 긴장감을 더했죠. 특히 대칭형 더블 핸들 대신 한쪽에만 핸들을 배치한 비대칭 디자인은 이번 모델의 핵심인데요. 가방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실루엣은 완벽함 대신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태도를 드러냅니다.

DIOR 북 토트 백

디올(Dior)의 북 토트(Book Tote) 백은 2018 봄-여름 컬렉션에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처음 선보인 아이콘으로 “현대 여성의 삶에는 책이 필수적이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지적인 여성의 일상에 동행하는 캐리어를 만들고자 했던 그녀의 비전은 토트백에 하우스의 쿠튀르 자수 기술을 결합한 백을 탄생시켰죠. 디올로 향한 조나단 앤더슨은 북 토트 백을 한층 더 대담한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그는 북 토트라는 이름을 문자 그대로 구현하듯, 실제 고전 문학 초판의 표지를 정교한 자수로 옮겼습니다.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 쇼데를로 드 라클로(Choderlos de Laclos)의 ‘위험한 관계’ 그리고 Dior by Dior까지 책 제목과 커버 디자인을 수천, 수만 번의 스티치로 구현한 것이죠. 새로운 북 토트 백은 디올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위트와 지성을 덧입혀 또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합니다.

BOTTEGA VENETA 베네타 백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의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하우스의 DNA를 다시 직조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의 데뷔 컬렉션에서 가장 강렬하게 부각된 키워드는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였는데요. 보테가 베네타를 정의하는 이 직조 기법은 브랜드의 철학과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핵심 언어입니다. 베네타(Veneta) 백은 이러한 문법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간결한 실루엣과 절제된 하드웨어, 그리고 한층 더 부드럽게 떨어지는 유연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화려한 로고 대신 손으로 엮은 가죽의 질감과 구조 자체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내세우며, 촉각에 초점에 둔 보테가 베네타는 베네타 백의 재탄생을 통해 장인정신에 기반한 럭셔리를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

BALENCIAGA 볼레로 백

피에르파올로 피촐리(Pierpaolo Piccioli)는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새로운 챕터를 쿠튀르 하우스 발렌시아가로의 회귀로 선언했습니다. 뎀나(Demna)의 급진적인 스트리트 미학 이후 그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구조적인 우아함과 인체 조형적 테일러링을 다시 호출하며 하우스의 정체성을 재정렬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이 변화는 가방에서도 분명하게 감지됩니다. 볼레로(Bolero Bag) 백은 클래식 스포츠 백의 형태를 기반으로 하되, 과장된 비율 대신 부드럽고 균형 잡힌 곡선과 정제된 레더 마감으로 재해석했는데요. 2000년대 레트로 볼링 백 트렌드의 문법을 따르지만, 피촐리가 강조하는 인간적인 부드러움과 쿠튀르적인 감수성이 더해져 구조적인 유연함이 돋보이는 실루엣으로 완성했습니다. 

CELINE 뉴 러기지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가 이끄는 새로운 셀린느(Celine)는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지적인 미니멀리즘과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록 시크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의 균형을 모색합니다. 그의 데뷔 컬렉션에서 가장 상징적인 제스처는 러기지 백(Luggage Bag)의 귀환이었는데요. 2010년대 피비 파일로의 손에서 탄생한 이 아이코닉한 백은 더 슬림하고 세련된 비율로 재조정된 ‘뉴 러기지(New Luggage)’로 재탄생했습니다. 부드러운 램스킨, 은은한 광택감, 그리고 지퍼 라인이 마치 미소처럼 보이는 유머러스한 디테일은 셀린느 특유의 위트와 지성을 드러내고 있죠. 라이더는 “럭셔리에서 유머는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하며 기능성과 감성의 균형을 강조합니다. 러기지의 상징적인 ‘윙’ 구조와 사각형 베이스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보다 얇고 정제된 실루엣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데일리 캐리어로 재정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