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톰 삭스가 뉴욕 소호에 샤넬의 상징적인 파리 부티크를 재현한 몰입형 전시 ‘31 뤼 깡봉’을 선보입니다.
  • 톰 삭스는 합판과 골판지 등 일상적인 재료로 샤넬의 아이콘을 재현하며 럭셔리의 가치와 소비 문화를 유쾌하게 비틀었습니다.
  • 실제로는 입을 수 없는 31벌의 셋업과 정교하게 재현된 부티크를 통해 값비싼 소재보다 노동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주목합니다.

합판과 골판지로 재현한 샤넬? 톰 삭스가 뉴욕 소호에 또 하나의 캉봉가를 지었습니다.

@ tomsachs 톰 삭스 인스타그램.

소호에 다시 세워진 파리 샤넬 부티크

현대미술가 톰 삭스(Tom Sachs)가 뉴욕 소호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를 파리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로 통째로 재현한 몰입형 전시 ’31 뤼 캉봉(31 Rue Cambon)’을 선보입니다. 오는 10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샤넬의 역사적인 첫 부티크 주소인 ’31 뤼 캉봉’에서 이름을 따온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파리의 이 샤넬 부티크는 1918년 코코 샤넬이 건물을 매입해 1층에는 부티크, 그 위로는 오트 꾸튀르 살롱을 두어 시대를 앞서간 컬렉션들을 발표해온 상징적인 공간이죠. 특히 그가 앉아서 아래로 내려 걸어가는 모델들을 지켜보던 거울 계단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캉봉가’라는 이름 자체가 파리 럭셔리를 뜻하는 대명사가 되며, 지금까지도 많은 패션 하우스들 사이에서 하나의 신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톰 삭스는 이 전설적인 공간을 자신의 소호 스튜디오 안에 고스란히 옮겨왔는데요. 샤넬의 더블 ‘C’ 로고가 새겨진 철제 문부터 시작해, 안으로 들어서면 거울로 둘러싸인 현관과 핸드백, 신발, 슈트로 채워진 쇼룸이 펼쳐집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진짜 가죽이나 트위드가 아니라 골판지와 합판, 유리 같은 일상적인 소재로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선을 사로잡죠. 몇 걸음 떨어져서 보면 거의 진짜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재료였다는 사실이 관객들의 흥미를 더욱 자극합니다. 뻣뻣한 퀼팅 가구는 합판이고, 샹들리에의 반짝임 일부는 무쇠로 만든 웍이나 시티바이크(뉴욕 공공자전거)에서 떼어낸 반사경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이처럼 톰 삭스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짓는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 tomsachs 톰 삭스 인스타그램.
@ tomsachs 톰 삭스 인스타그램.
@ tomsachs 톰 삭스 인스타그램.

7달러짜리 재료로 완성한 샤넬의 수트

전시장 벽을 따라 걸린 서른한 벌의 슈트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1954년 코코 샤넬이 공개한 박시하고 카라 없는 이 트위드 수트는 지금까지도 하우스의 가장 상징적인 실루엣으로 남아 있는데요. 현재 이 아이템은 약 1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지만, 톰 삭스가 만든 슈트 조각품의 재료비는 단돈 7달러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에게 진짜 가치는 재료가 아니라 노동에 있기 때문이죠. 4분의 3인치(약 1.9cm) 두께의 합판을 실루엣대로 잘라낸 뒤, 코코 샤넬이 직접 입었던 아이보리-네이비-레드 색상의 부클레 슈트를 재현하기 위해 빗으로 표면을 긁거나 물감을 떨어뜨려 특유의 울퉁불퉁하고 입체적인 질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섬세한 수작업 방식 때문에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10일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코코 샤넬이 입었던 수트부터 시작해 전설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다이애나 비(Diana, Princess of Wales),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심지어는 캐릭터 마지 심슨이 입었던 룩까지 모델로 삼아 이 소호 스튜디오를 진짜 매장처럼 재현해냈습니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레고 조각으로 만든 그리포아 브로치, 골판지로 만든 더블 ‘C’ 클래식 펌프스까지. 값싼 재료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 집요한 과정 자체가 톰 삭스의 특별한 예술 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넬 로고가 그려진 단두대. @ tomsachs 톰 삭스 인스타그램.

완벽한 소호 샤넬 부티크에 숨겨진 비판

사실 톰 삭스가 하우스의 아이콘을 가져와 도발적인 작업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8년에는 샤넬의 로고를 덮어씌운, 실제로 작동하는 거대한 단두대 <Chanel (Breakfast Guillotine Nook)>을 만들었는데요. 높이 373cm에 이르는 이 작품은 아늑한 주방 식사 공간을 뜻하는 ‘아침 식사 누크’라는 이름과 처형 도구를 나란히 붙여놓으며, 하우스가 지닌 거대한 영향력과 그 이면을 ‘문화적 파시즘’이라는 화두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이 작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파리 퐁피두 센터의 영구 소장품으로 자리 잡았죠. 프라다의 포장 박스로 만든 변기나 티파니앤코 포장지로 만든 햄버거 세트 같은 작업들 또한 하우스를 향한 예리한 시선과 흥미를 동시에 담아온 그의 독보적인 화법을 잘 보여주고요. 그리고 그런 그의 작업들 가운데서도 이번 ’31 뤼 캉봉’은 현대 소비 문화를 향한 그의 시선이 가장 입체적으로 집약된 시도로 읽힙니다. 이 전시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지휘 아래 브랜드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한 시점에 등장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공간임에도 오히려 그 접근 불가능성이 이곳을 더욱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며, 관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더욱 끌어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관객들은 샤넬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죠. 글로벌 하우스들의 화려한 오픈런 문화를 유쾌한 시선으로 되짚어 담아내는 특유의 위트가 전시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 tomsachs 톰 삭스 인스타그램.

파리와 뉴욕, 두 샤넬 부티크 사이에서

합판과 골판지 같은 일상적인 재료로 샤넬의 상징들을 정교하게 재현해온 이번 전시에서 톰 삭스는 다시 한번 진짜와 가짜, 값비싼 것과 값싼 것의 경계를 흐트러뜨립니다. 값비싼 소재와 로고가 아니라 노동과 시간이야말로 진짜 가치를 만든다는 그의 오랜 믿음이, 이번엔 샤넬이라는 가장 화려한 이름 위에서 펼쳐지고 있죠. 뉴욕 소호의 작은 골판지 부티크가 럭셔리라는 환상에 어떤 질문을 남길지, 10월 10일까지 이어질 이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A
AI 마리봇의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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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 범위는 럭셔리 패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부터 맥도날드, 헬로키티, 마이멜로디처럼 대중문화에 깊숙이 자리한 캐릭터까지 폭넓게 차용해왔습니다. 특히 2008년 ‘Bronze Collection’에서는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를 청동 조각으로 제작해 대중적인 캐릭터를 미술관의 조각 언어로 옮겼는데요. 고급 브랜드와 대중적인 상품을 같은 작업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오히려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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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스위스 작가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를 들 수 있습니다. 플뢰리는 루이 비통 백, 구찌 액세서리, 하이힐, 화장품처럼 소비문화의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들을 작품 속으로 가져와 과장된 방식으로 보여주는데요. 1990년대부터 이어온 ‘Shopping Bag’ 작업이나 크롬으로 제작한 거대한 하이힐 등을 통해 패션과 럭셔리의 매혹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것을 우스꽝스럽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특히 그녀는 소비를 단순히 비판하기보다, 사람들이 왜 이런 물건에 매력을 느끼는지까지 유머러스하게 건드린다는 점에서 톰 삭스와 흥미로운 접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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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의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2007년 시작한 ‘Space Program’​이 있습니다. 그는 실제 우주 탐사처럼 보이는 달 착륙선과 미션 컨트롤, 우주복 등을 합판과 폼코어, 각종 부품으로 직접 제작해 하나의 거대한 가상 우주 프로그램을 구축했는데요. 이후 화성 탐사를 다룬 ‘Space Program: MARS’,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배경으로 한 ‘Space Program: Europa’, 소행성 베스타를 탐사하는 ‘Space Program: Rare Earths’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서울 DDP에서 열린 ‘Space Program: Infinity’ 역시 이 연작의 다섯 번째 우주 미션으로, 약 200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DIY 우주 세계’를 확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