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나 우디 계열의 향, 진하고 묵직하면서 사람의 체취와 만나면 조금은 여성스럽게 변하는 향. 향에 대한 취향이 뚜렷해서 향수 또한 묵직한 계열의 향만 즐겨 뿌리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만큼은 즐기는 향수가 평소와 달라진다. 흔히 섬유유연제 향, 빨래 향이라고 말하는 리넨 향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심신을 리프레시하는 거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어느 날 문득 바람이 조금 시원해졌다고 느껴지면 시작되는 리넨 향에 대한 사랑은 보통 바람이 차가워질 때까지 이어지곤 한다.

 

리넨 향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머리카락 끝과 손목에 한 번씩 뿌리고 밖에 나가면 된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그 향기가 훅 끼치는데, 그 느낌이 흡사 햇빛 쨍한 날 보송보송하게 마른 수건에 코를 댄 것 같다. 리넨 향 향수 중에서도 세르주 루텐의 로 (L’eau)를 특히 아끼는데, 머리카락 끝과 손목 그리고 스커트를 입는 날이라면 허벅지 안쪽에 한 번씩 뿌리고 나가면 감사하게도 체취와 잘 어우러져 살짝 파우더리하게 변해 절로 흡족한 미소를 짓게 된다. 한창 향기 레이어링에 빠져 있을 때는 두세 가지 향수, 보디로션 향과 향수가 섞여 나는 새로운 향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계절에는 체취와 어울리는 리넨 향이 온갖 방법으로 레이어링한 어떤 향기보다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