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에서 레드는 전략적인 색깔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레드는 시각적으로 활력을 선사할 뿐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활동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레드는 몸에 흐르는 피, 즉 삶의 색깔이에요.”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앤 컬러 디자이너 루치아 피카(Lucia Pica)가 코코 샤넬의 명언을 인용하며 말문을 열었다.
“레드는 파워를 뜻하지만 그와 동시에 취약성과 관능을 의미하기도 하죠. 또 한편으론 순수함과 솔직함을 표현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낼 때 얼굴이 빨개지잖아요. 흥분했을 때, 행복할 때, 사랑에 빠졌을 때, 심지어 울 때도 말이에요. 레드는 여자들 세계의 일부이면서, 모든 여성이 제각각 개성이 다르듯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어요. 클래식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 파괴적이고 급진적이며 모던한 색이죠.”
루치아 피카는 자신의 데뷔 컬렉션을 앞두고 레드 컬러에 몰두했다. “저는 예상치 못한 데 레드를 쓰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눈꺼풀을 따라 강렬한 레드 라인을 그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얼굴에 전체적으로 레드 컬러를 사용하는 것은 심리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시각적으로 레드는 혁신적인 색이에요. 레드 메이크업을 겁낼 수 있지만 일단 한번 시도해보면, 누구라도 다시 안 쓰고는 못 배길 정도로 레드에 빠져들죠. 심리적인 측면에서 두려움과 선입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해요. 제가 추천하는 레드 메이크업 중 하나는 눈 아래에 진홍색 블러셔를 살짝 바르는 방식이에요. 무서워 보일 것 같지만 예상외로 인상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거든요.” 레드 컬러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개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코스메틱 브랜드 맥의 글로벌 수석 아티스트 미켈레 마그나니(Michele Magnani)는 레드 컬러의 활용법이 달라진 만큼 레드는 더 이상 클래식한 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제까지 메이크업에서 레드는 입술에만 바르는 색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레드가 다른 곳을 정복했어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눈두덩에 레드 아이라인을 그리고 거울을 보세요. 핑크 섀도는 전혀 떠오르지 않을 거예요. 관자놀이 부근을 레드 톤 그러데이션으로 연출하는 것도 좋아요. 반항적인 인상을 풍기면서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눈을 더 그윽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도 있죠.”
자, 이렇게 다양한 레드 컬러의 매력을 알았다면, 이제 레드를 제대로 마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