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농법으로 가꾼 건강한 작물

‘프레시 핸드메이드 코스메틱’을 표방하며 제품의 신선도를 자부하는 러쉬. 그런 러쉬가 이제부터 한국에서 제조되는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영국 대신 도쿄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제품의 안전성과 신선도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러쉬이니 그 결정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타무손(Tamuson) 농원을 견학하는 것이 이번 여정의 첫 일정. 5천 평 규모의 이 농원에서는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연 농법으로 사람 몸에 건강하게 작용하고 맛도 좋은 작물을 키운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는 날 하필이면 전날 도쿄에 폭설이 내려 농원 전체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농장주인 타무라가 소복하게 쌓인 눈을 손으로 걷어내니, 폭설을 맞았다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싱싱한 작물들이 드러났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는 눈이 오히려 보온재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자연 농법 얘기를 잠깐 하면, 자연 농법은 전용 비료를 사용하는 유기 농법과는 차이가 있다. 이 농원에는 곳곳에 썩은 나뭇가지나 지푸라기 등을 쌓아놓은 커다란 더미가 있었는데 그 더미가 자연적으로 썩기를 기다렸다가 비료처럼 사용한다. 사실 농약을 쓰지 않아 병드는 작물도 많다고 한다. 그런 작물은 시들 때까지 그 자리에 두어 거름으로 사용하거나 다시 건강해지길 기다린다. 이렇게 앓고 병을 이겨낸 작물은 자생력이 생겨 전보다 몇 배는 더 건강해진다. 러쉬의 제품은 이렇듯 화학 비료와 농약을 쓰는 일반 농업에 비해 몇 배는 손이 더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드는 자연 농법으로 키운 재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타무라가 먹어보라며 따서 건넨 루콜라 잎은 거칠다고 느낄 만큼 진했고 씹을수록 부드러운 맛이 났다.

 

러쉬 키친이 소중하게 지켜온 것들

농장 견학 후 귀여운 러쉬 버스를 타고 찾아간 곳은 러쉬 키친 가나가와점. 타무손의 농작물로 만든 웰컴 런치를 즐긴 뒤 러쉬의 원료 수급 원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채소는 갓 수확했을 때가 가장 신선합니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운송 시간을 감안해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러쉬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수확해 가장 빨리 운송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러쉬 바잉팀 스즈키 루리코는 이것이 러쉬가 로컬 바잉(그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가장 신선할 때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번에 러쉬 코리아가 수입처를 영국에서 일본으로 바꾸는 것도 이 때문. 이어서 러쉬 바잉 & 어스케어 팀 매니저 스에쓰구 다이스케가 러쉬의 또 다른 기업 이념을 알려줬다. 러쉬가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사실이나 블랙 팟을 이용해 재활용에 많은 힘을 쏟는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스에쓰구의 설명은 놀라웠다. ‘쓰레기 0%’를 목표로 운영하는 러쉬 키친의 실제 재활용률이 100%라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가 재활용된다는 얘기다.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물에 적셨다가 다시 건조해 재활용해야 하니까요. 달걀은 화장품을 만들 때 흰자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달걀노른자는 3층 카페테리아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요리해 먹고 있고요. 하하.” 이 얘기를 듣고 웃어야 할지,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확실한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을 정직하게 지키고 있는 러쉬에 대한 믿음이 더 확고해졌다는 점.

7개의 제조실을 모두 둘러본 뒤 ‘러브 보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으로 러쉬 키친 투어는 끝났다. 재료로 보나 제조 과정으로 보나 화장품을 만든다기보다는 요리하는 기분이 들었고, ‘이래서 공장 이름이 팩토리가 아니라 키친이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수입처를 일본으로 변경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신선한 제품을 수입할 것’을 권고한 글로벌 가이드에 따르게 된 러쉬 코리아. 매달 20가지에 달하는 방사능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만 수입한다니, 에디터는 정직한 러쉬의 선택을 믿어볼 생각이다. 곧 한국에서 만날 러쉬의 새로운 제품은 워낙 신선해서 지금까지 본 제품과 ‘때깔’부터 다를 테니 많이 기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