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만수르 가브리엘 쇼에서 다시 돌아온 스크런치, 일명 ‘곱창 밴드’를 발견했을 때, 마음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렸다. ‘아무리 유행이 돌고 돈다지만 곱창 밴드가 돌아오다니!’ 그 후 벨라 하디드, 셀레나 고메즈 등의 파파라치 컷에 등장하며 스크런치가 더 이상 촌스럽거나 유행이 지난 아이템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되었다. 1990년대 헤어 액세서리의 유행은 올겨울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레더 재킷에 사이파이 선글라스를 쓰는 등 마치 여전사 같은 오피스 우먼을 엿볼 수 있었던 2018 F/W 알렉산더 왕 컬렉션에는 90년대에 유행한 추억의 헤어 액세서리, 바나나 클립이 등장했다. 샤워 전 머리를 대충 올려 묶는 용도로나 사용하던 바나나 클립이 컬렉션에 등장하다니! 알렉산더 왕 쇼의 헤어를 담당한 귀도 팔라우는 헤어스프레이와 포마드를 이용해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포니테일로 묶은 뒤, 묶은 머리를 꼬아 바나나 클립으로 고정해 깔끔한 번 헤어를 선보였다. 그는 90년대 헤어 액세서리의 귀환을 환영하듯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모델들은 이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지만, 저는 잊힌 패션 아이템이 트렌드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매우 쿨한 현상이니까요.”
세련된 슬릭 백 헤어를 선보인 프라발 구룽 쇼는 또 어떤가. 머리를 잔머리 한 올 없이 깔끔하게 올리는 데 쓰인 것은 다름 아닌 지그재그 모양의 스프링 헤어밴드였다(기억하건대 이 헤어밴드는 90년대 당시 여성뿐 아니라 장발의 남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프라발 구룽 쇼의 헤어스타일을 담당한 앤서니 터너는 말했다. “매일 아침 요가를 수련하는 멋진 런던 소녀들의 요가 번 헤어를 사랑해요. 컬렉션에서 꼭 선보이고 싶었죠. 머리카락이 목과 어깨에 닿지 않아 목까지 올라오는 겨울옷을 입을 때 편하죠.” 올가을 펌이나 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전, 서랍 속에 꽁꽁 숨겨둔 헤어 아이템을 이용해 색다른 헤어스타일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