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에 Z세대가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에 대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Z세대를 이야기한다. 2020이라는 미래적인 이미지를 주 는 숫자와 맞물려서 온라인에는 Z세대에 대한 온갖 분석이 범람하며, 뷰티 인더스트리에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Z세대는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세대로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 매거진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10대들이 뉴스를 만들고 소비하고 확산하는 방식이 미래의 국가와 산업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를 결정할 것이다’라며 Z세대의 파워를 예견했다. 2012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틱톡의 놀라운 성장세와 같이 10대들의 호불호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미디어업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떤 산업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또 변화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뷰티 월드도 상 황은 마찬가지. 아니, 도대체 Z세대가 누구이기에?
일반적으로 Z세대는 1995~2005년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2020년 을 기준으로 대략 15~25세로 보면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Z세대의 기준은 시즌마다 트렌드를 좇기에 바빴던 밀레니얼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Z세대 셀럽으로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빌리 아일리시가 대표적이다. 형광펜으로 칠한 듯한 네온 컬러 머리에 자유롭고 반항적인 메이크업은 Z세대 그 자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 얼마 전 헐 렁한 옷을 즐겨 입는 그녀의 패션에 페미니스트들이 ‘정형화된 여성상에 대 한 저항’을 상징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빌리 아일리시는 딱히 그런 의도는 없었다며 쿨하게 답했다. “옷 입는 방식에 대한 칭찬에도 슬럿 셰이밍 (slut-shaming,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여성의 외모나 옷차림을 향한 비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길 바랄 뿐이에요.” <기묘한 이야기>의 히로인이자 Z세대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밀리 바비 브라운은 Z세대를 위한 비건 뷰티 브랜드 ‘플로렌스 바이 밀스 (Florence by Mills)’를 론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Z세대 뷰티를 논하면서 HBO 하이틴 드라마 <유포리아>를 빼놓을 순 없다. <유포리아>에서는 아무도 남의 메이크업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네온 컬러를 잔뜩 바르든, 눈두덩에 구름을 그리든, 온 얼굴에 크리스털 큐빅을 덕지덕지 붙이든 이들 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직관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Z세대는 이런 강렬한 룩에 거부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공감한다. 젠더 감수성 역시 충만하다. 극 중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이자 실제로 트랜스 젠더인 배우 헌터 샤퍼의 성별을 운운하지 않는다. SNS에서는 그녀의 아름 다운 금발과 매혹적인 메이크업을 예찬할 뿐이다.

“모든 뷰티 브랜드의 디지털 전략은 Z세대 중심이에요. 디지털 세상이 Z세대 취향에 맞게 변하니까요.”

소셜 미디어 안에서 성장한 Z세대는 스스로를 ‘디지털 원주민’이라 칭한다(과도기를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불린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지금 뜨고 있는 플랫폼의 주인은 명백히 Z세대다. 아직 10~20 대 초·중반이어서 구매력은 낮지만, SNS를 통해 디지털 월드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와 긴밀하게 연계된 뷰티 브랜드들은 이들을 경시할 수 없다. 아니, 이들의 입맛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 “모든 바이럴 콘텐츠는 3초 안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해요. 구구절절 늘어놓는 콘텐츠는 외면받기 십상이죠.” 한 디지털 마케터는 Z세대가 직관적인 ‘돌직구’ 콘텐츠에 반응한다고 말한다. “모든 디지털 전략은 Z세대 중심이에요. 구매력이 높기 때문이 아니 라 디지털 세상이 Z세대 스타일로 변하기 때문이죠. Z세대는 종잡을 수 없어요. 성향을 꼭 집어서 말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너무 빨리 변하죠.” 맥 PR 매니저 김혜연도 거들었다. 남의 말을 따르기보다 주관적인 생각으로 행동한다. 직접적인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리뷰를 미친 듯이 찾아보기보다 마음에 들면 구매해서 써보고 직접 판단한다. 또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 하는 이들에게는 브랜드 철학이나 컨셉트도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비건 브랜드나 공정무역 브랜드가 지지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럭셔리 브랜드도 Z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샤넬은 찾 아가는 팝업스토어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오락실 컨 셉트의 홍대 팝업스토어와 강남역 라이브러리형 팝업 스토어는 성공적인 경험 마케팅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디올 역시 Z세대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 고 있다. “디올의 백스테이지 라인은 직관적인 정보를 선호하는 Z세대를 위 해 탄생했어요. 셰이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투명한 패키지를 사용했고, 파운데이션 역시 패키지 컬러가 셰이드와 완벽히 동일하죠.” 디올 홍보팀 김해 인 과장의 설명이다. 정샘물은 Z세대를 겨냥해 기존 쿠션을 네온 핑크 패키 지로 출시한다. “베이스 제품이라고 모노톤이나 베이지 톤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이제 메이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Z세대를 위한 ‘웰컴 핑크’ 컨셉트예요.” 정샘물 홍보팀 정다원 대리의 말이다. 메이크업 브랜드 어뮤즈는 새로운 컨셉트로 Z세대의 마음을 얻었다. “어뮤즈가 생각하는 메 이크업은 스스로를 보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죠.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유니크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 하는 뷰티 철학이 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어뮤즈의 CMO 이승민 의 말이다. Z세대는 곧 미래다. 이들의 영역은 해가 갈수록 확장되고, 머지않아 경 제력을 키우며 소비의 주축이 될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그에 대한 적응 력 또한 놀라운 곳이 바로 이곳, 뷰티 월드.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본다면 수고롭지만 Z세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뷰티 브랜드들의 고군분투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