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하이라이터는 풀 메이크업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해 손이 잘 가지 않던 것이 사실이다. 그뿐인가? 자칫 잘못 사용했다간 모공과 요철이 부각되어 거친 피부결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메이크업 초보자들이 사용하면 그야말로 과유불급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샤넬에서 스틱 하이라이터 ‘바움 에쌍시엘’을 출시하며 가볍고 맑게 표현되는 하이라이팅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펄 입자가 피부를 텁텁해 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얇고 투명한 윤기만 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국내 브랜드 힌스, 에스쁘아 등에서도 연이어 하이라이터를 선보이며 하이라이팅 터치가 뷰티 트렌드임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도 말갛고 깨끗한 피부에 하이라이팅 터치를 더한 모델들의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과도한 터치로 조명 같은 광을 내 뿜는 것이 아니라, 빛이 닿는 곳에만 부분적으로 은은한 윤기를 주는 것이 포인트! 하이더 아커만과 아크리스 쇼에서는 메이크업을 아예 하지 않은 듯 깨끗한 얼굴에 광대뼈 옆, 콧등, 눈머리, 입술 산 위에만 하이라이터를 가볍게 터치해 맑고 투명한 스킨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여기에 혈색을 부여하고 싶다면 보스와 안테프리마 쇼를 참고할 것. 광대와 콧등, 이마에 촉촉한 질감의 하이라이터를 가볍게 터치하고 비슷한 텍스처의 블러셔를 광대뼈 바로 아래에 살짝 얹어 생기 가득한 과즙 메이크업을 연출했다.

하이라이터를 뼈 부위에만 터치할 필요는 없다. 오스카 드 라 렌타 쇼에서는 살짝 음영을 준 눈가에 하이라이터의 투명한 광택을 더해 또렷하게 반짝이는 눈매를 완성했다. 이토록 다양한 하이라이터 활용법이 있지만 막상 시도하려니 망설여진다. “하이라이터는 양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양 조절이 관건이에요. 스틱 하이라이터는 바로 피부에 터치하면 베이스가 벗겨질 수 있으니, 손가락에 덜어 녹인 후 톡톡 얹듯이 올려 농도와 면적을 조절하며 발라야 은은하게 빛나는 피부를 연출할 수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아름의 조언이다. 다가오는 가을엔 푸석해진 피부에 하이라이터를 그어 윤광을 뽐내보는 것은 어떨까. 가볍게 톡톡 얹으면 잃어버린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