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에디터 시절 좋았던 건 테스트용 화장품을 원 없이 써볼 수 있는 거였어요.
화장품 꾸러미를 집에 들고 가면 엄마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땐 엄마도 화장품을 참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엄마는 그 많은 걸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교회 봉사 모임에 갈 때도 가져가려고 그렇게 기뻐한 거였습니다.
“엄마, 그 비싼 걸 친구 줬어? 그건 엄마가 써야지”라고 짜증낸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엄마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유, 아니야. 내 건 집에 또 있어. 우리 딸이 말야,
화장품 써보고 잡지에 글 좀 잘 써달라고 부탁을 받잖아.
어릴 때부터 걔가 그런 걸 잘 했잖아…”

듣고 있자니 여간 얼굴이 화끈거려야 말이죠.
밖으로 나가 “엄마 쫌!”이라고 호통치고 싶었지만
듣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드는 거예요.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엄마를 위한 일이라는 걸요.
사실 잘난 곳도 없는 딸 자랑은 덤이고요.
주변을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것만큼 엄마를 불행하는 건 없을 거라는 것도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베푸는 걸 좋아하는 엄마.

선물 추천은 어디 가고 엄마 얘기만 늘어놓냐고요?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우리들의 엄마 이야기잖아요.
그런 엄마가 끝까지 욕심 부린 화장품 하나를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록시땅의 퓨어 시어버터 만큼은 어김없이 화장대 서랍으로 직행했으니까요.
엄마는 목욕 후 소파에 앉아 손과 발에 이 크림을 듬뿍 바른 다음 공들여 마사지하곤 했습니다.
그러고 자면 다음날 까칠하고 울긋불긋해 아파 보이기까지 했던
엄마의 손과 발은 매끄러워져 있었습니다.

“신기하지 않니? 이것만 바르고 자면 이렇게 윤기도 나고 맨들맨들해진다?
딸이 이걸 줄 때마다 바닥이 보이게 쓰는데 내가 이걸 누굴 줄 틈이 있니?”
이 크림을 바를 때마다 아이처럼 좋아하고 칭찬하기 바쁜 엄마.
그 전에도 똑같은 얘길 몇 번이나 한 건 아실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그게 그렇게 좋냐고 물으며 속으로 다짐하는 겁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져도 엄마에게
저 크림은 떨어지지 않게 사다주어야겠다고요.

록시땅(L’OCCITANE)

퓨어 시어 버터 EFT-에코서트 150ml, 5만5천원.

마리끌레르 뷰티풀 숍에서는
선물가게 포에지(poesie.kr)를 운영하고 있는 에디터가
계절과 상황에 맞게 선물하기 좋은 상품을 따스한 관점으로 소개합니다.
포에지는 여행하다 우연히 주운 작은 조개껍질처럼,
단짝이 손에 쥐어준 클로버처럼
소중한 물건을 수집하는 선물가게입니다.
선물하고 싶은 날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