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D TIME IN YOUR HANDS
예술과 과학에 뿌리를 두고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의 비전을 제시하는 럭셔리 하우스 라프레리. 라프레리는 지난 몇 년 간 각 분야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주체적인 여성들을 응원하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하고 있다. 스스로 시간의 주체가 되어 삶의 비전을 결정하고 라프레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방향을 같이 하는 우아하고 열정적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창조와 혁신을 통해
아름다움을 펼치는 예술가
강이연/미디어 아티스트 작가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 2년간, 현대미술가들은 작업실에서 시대의 공기를 시각적 예술로 형상화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이 붓으로 되살린 자연은 전지구적 위기 속에서 고립의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한 위로를 전했다. 한편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작업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온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은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아트 가든에서 선보인 신작 ‘No Mother Nature’를 통해 강이연 작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고의 전환이 무엇인지 재고하게 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을 어머니라 부르며 인격화해왔죠.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따라 자연은 온화하고 유기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정형화했고, 이렇게 고착된 자연관을 토대로 인류는 스스로에게 자연계에 대한 지배권을 부여했어요. ‘Mother Nature’라는 말은 자연과 문화를 가르는 이원론과 남성 우위적 세계관, 이에 내재하는 권력 구조가 결합한 결과물로 자연에 대한 인류의 광범위한 파괴와 착취를 정당화하는 은유적 도구로 볼 수 있어요.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에게는 자연을 의인화해 성차별주의적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요. 자연은 포용적 어머니가 아니며, 역동적이고 여러 다른 종류로 이뤄진(heterogeneous) 존재입니다.” ‘No Mother Nature’는 이러한 지구의 모습을 리드미컬하게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끝없이 이어지는 형형색색의 숲으로 펼쳐낸다. 마치 디지털 벽화처럼 아트 가든의 80m에 이르는 대형 파사드에서 상영된 강이연 작가의 작품은 영상과 사운드로 몰입적 시공간을 빚어내 보는 이를 강렬하게 매료시키고 명료한 메시지를 여운으로 남긴다.
강이연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 학사를, UCLA에서 디자인 미디어 아트 석사를,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평균보다 긴 학습 과정은 프로젝션 매핑이라는 매체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대학에 가보니 그림 잘 그린다고 작가가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티스트라면 자신의 생각을 적확하게 표현해주는 ‘매체’를 스스로 찾아내야 했는데, 그때 영상의 ‘시간’과 그 영상 작업을 가지고 설치를 해 ‘공간’도 쓸 수 있는 프로젝션 매핑을 알게 되었죠. 평평한 캔버스를 마주하고 뭘 그려야 할지 막막했던 저에게 ‘시공간’이 주어진 거예요.” 2022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삼성동 코엑스 K-POP스퀘어의 초대형 LED 미디어도 강이연 작가의 ‘시공간’으로 변모했다. “‘예술로 치유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0.4’는 가열화되고 있는 지구의 심각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warming stripes(가열화 줄무늬)’가 거대한 화면을 가득 채우며 끝나요. 우리의 현주소를 상기시키죠. 인간만을 대 상으로 하는 치유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며, 인류와 자연을 함께 치유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의미를 이 작품에 담고자 했어요.”
2020년부터 작품을 통해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강이연 작가는 “그렇다고 해서 환경 운동가가 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예술의 쓸모를 역설했다. “예술이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더라도 우리를 이끄는 영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라프레리 역시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문화 예술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2017년, 라프레리는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매번 새로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프리즈 아트 페어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스위스의 저명한 바이엘러 재단과 몬드리안의 아이코닉한 작품 보존을 후원하는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전개했는데, 이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한 두 스위스 기관의 의미 있는 협업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 보존이라는 의의가 깊다. “제 경험에 의하면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꾸준하게 철학을 지키며 성장한 브랜드와 일하는 것은 유수의 예술 기관과 일하는 것 못지않게 커다란 배움과 즐거움을 안깁니다. 특히 라프레리는 문화 후원 사업의 중심이 브랜드의 헤리티지(과학/예술/문화)와 맥락을 같이 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테크놀로지, 과학을 바탕으로 미디어 작품을 만들어내는 만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요.”
현대미술에서 시간은 핵심 주제다. 특히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은 뷰티계와 예술계의 공통 주제이자 목표일 것이다. 스위스 레만 호숫가에 위치한 클리닉 라프레리에서 폴 니한스 박사는 일생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몰두했다. 그것은 장엄한 산맥과 청명한 호수가 주는 평화로움과 영원불멸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육체와 정신을 아우르는 삶의 생명력에 대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티스트 역시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의 영속성을 추구한다. “저는 시간에 구속받지 않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창조성과 혁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창조와 혁신이 중요한 아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것 같고요. 창조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며 이 용기는 꾸준함을 기반으로 해야 가능하죠. 이런 의미에서 모든 문명에 존재해온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쎌루라 과학 연구를 헤리티지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 라프레리의 역사와 활동이 아티스트인 제게 큰 영감이 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