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숍 오너
플라프리 전주영 대표
지구가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꿈꾸며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고,
리사이클링을 통한 디자인 소품을 개발하며,
물건의 순환에 대한
다양한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플라프리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려요. 가까운 동네에서 다양한 친환경 제품과 세제를 비롯한 종류별 비누를 리필해 갈 수 있는 쓰레기를 줄이는 가게,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공유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입니다.
어떻게 플라프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플라프리는 한 건물에서 각각 브랜딩 디자이너, 디자인학과 교수,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던 셋이 모여 만든 곳입니다. 디자이너로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자 고민하는 바가 있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다양한 캠페인을 비롯해 환경보호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고, 생활에 필요한 제로 웨이스트 용품을 가까운 우리 동네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우리 모두에게 제로 웨이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년 전 쓰레기 대란을 기억하시나요?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쓰레기 소각과 매립 시설이 부족해 곳곳에서 쓰레기가 방치되는 사태가 벌어졌죠.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쓰레기를 감당할 곳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골 야산 같은 곳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의성 쓰레기 산’ 같은 일이 발생한 거죠. 더 이상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언젠가는 내 집 앞에도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할 수 있어요. 쓰레기를 줄이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가치 있는 일을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 과정은 어땠나요? 리필 상품을 판매하는 데 특히 어려움이 많았어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지만,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시대의 변화를 따랐으면 합니다. 다회용 용기를 특정 소재로만 제한하는 부분과 세제 리필 종류 제한에 관해서는 충분한 의견을 듣고 타협점을 찾아 완화하는 쪽으로 개선하기를 바라요.
최근 제로 웨이스트 숍이 여러 지역에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플라프리만의 차별점이 있을까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폐현수막으로 플로깅 백을 제작할 때도 다양한 곳에서 함께 참여해주었고, 단체 플로깅 활동에 플라프리의 플로깅 백을 채택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폐액세서리 수거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을 비롯해 많은 분이 적극 동참하고 있어요. 이렇게 모은 폐액세서리는 새로운 작업물로 제작해 5월에 열릴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일상에서 손쉽고 비용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전에 내가 손쉽게 쓰고 버리던 물건들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한 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 안 쓰기, 화장품 개수 줄이기, 카페를 이용할 때 테이크아웃 잔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등. 이런 소소한 실천이 결국 쓰레기도 줄이고, 지출도 줄이는 나도 좋고 환경에도 이로운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플라프리가 지향하는 서스테이너블 뷰티란?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잘 아는 것이 플라프리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면 타인을 따라가기 바쁘고 타인과 비교하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삶의 가치를 잘 알고 추구할 때 진정으로 나 스스로를 아름답게 바라봐주고 내 주위도 아름답게 바라보고 지키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플라프리에서 놓쳐서는 안 될, 혹은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이 있다면? 저희가 직접 폐현수막으로 제작한 플로깅 백이요. 다양한 곳에서 수거한 폐현수막을 일일이 세탁하고 디자인에 맞게 재단해 핸드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했어요. 단기간 쓰고 버려지는 대형 현수막의 사용을 막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죠.
개인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장이 안 되어 있는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어서 동네 전통시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다회용 주머니나 재사용 양파망을 꺼내며 채소나 과일을 담아가겠다고 하거나 반찬 등을 용기에 담아가려고 하면 여전히 불편해하시는 상인들이 계세요. 조금씩 변화할 거라 생각하면서 계속 용기를 내는 중입니다.
최근 눈여겨보는 비건 브랜드나, 비건 피플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 님이요. 하이킹하면서 국내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는 분인데, 최근 채식 친화적 서울 만들기를 위해 1식당 1풀 프로젝트(채식하루)를 진행하시더군요.
앞으로 플라프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더 많은, 다양한 분들과 함께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공유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캠페인이나 전시를 통해 쓰레기 문제와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을 불편하지 않게 알리고 싶은 것이 저희의 소망입니다.
비건 요리 유튜버
<초식마녀> 박지혜
‘냉파’만으로도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는
쉽고 맛있는 비건 레시피로 인기몰이 중인
비건계의 파워 유튜버.
일러스트레이터 경험을 살려
직접 그린 네 컷 비건 웹툰을
인스타그램에 연재 중이며
관련 도서도 출간했다.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2019년 2월에 넷플릭스에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 시작이었어요. 결심은 갑작스러웠지만, 과정은 자연스러웠죠. 반려묘와 생활하면서 알게 모르게 누적되었던 육식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이 영화들을 보고 나서 비로소 발현된 거라 생각합니다.
웹툰부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출판까지, 비건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열심인 이유가 궁금해요.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비건이 된 이후로 줄곧 동물과 자연에 큰 부채감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매번 ‘이걸 통해 단 한 명이라도 단식에 대한 진입 장벽이라도 낮출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요. 비건일지라도 지구에는 어떠한 의미로든 빚을 지는 거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조금은 용서받는 기분이 들어요.
최근 식습관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비건을 추구하는 ‘비거니즘’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초식마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비거니즘이란 무엇인가요? ‘고통 없는 식탁에서 출발하는 비거니즘’이요. 가장 쉬우면서도 이상적인 비거니즘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삶의 근간이 되는 ‘먹는 것’을 바꿀 수 있다면 다른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몇년간 비건 인구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특히 2535 여성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비건 유튜버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나요? 기후 위기와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인류의 건강이 생태계,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이 퍼지고 있고, 급격하게 달라지는 기후를 체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를 막을 효과적인 방법인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막 시작한 초보 비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혹시 완벽하게 하지 못할까 봐 시작하지 못하고 있나요? 비건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하기보다 단 10%의 실천일지라도 실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에게는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초식마녀가 정의하는 서스테이너블 뷰티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란 문구가 떠올라요. 우리가 머문 지구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도 깨끗한 자연과 풍요로운 문명을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유튜브에 올린 메뉴 가운데 비건 초보자를 위한 추천 레시피 다섯 가지만 꼽아주세요. 애호박볶음, 마라 크림 떡볶이, 간장비빔밥, 파떡파떡, 비건 프렌치토스트!
쉽고 간편하기로 유명한 초식마녀 레시피지만, 이것조차 어려운 요리 똥손을 위해 비건 요리 치트키 하나만 알려주세요. 들깻가루요. 모든 나물과 잘 어울리고, 탕이나 국에 넣어도 맛있어요. 들기름과 함께 쓰면 효과 두 배!
코로나19 이후 외식이 줄어든 대신 음식 배달 문화가 급증했습니다. 배달 음식 가운데 비건이 즐길 만한 추천 메뉴가 있을까요? 여전히 비건 옵션이 없어서 따로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비교적 수월하게 비건 레시피로 변경이 가능한 메뉴는 김밥, 비빔밥, 비빔국수, 묵밥, 들깨수제비, 들깨칼국수, 감자전, 부추전, 오일 파스타 정도예요.
즐겨 찾는 비건 레스토랑은? 집 근처에서 유일하게 비건 옵션이 있는 중국 음식점인 ‘야래향’. 진주에 놀러 오면 꼭 들러서 맛보세요. 버섯탕수, 깐풍가지, 라조두부, 울면, 짬뽕을 추천합니다. 튀김이 특히 맛있는 곳이에요! 서울에서는 지하철 강남구청역 근처의 ‘스타일비건’, 숙대입구역 근처 ‘카페시바’, 가로수길의 ‘핀치 브런치바’, 이태원의 ‘플랜트’, ’몽크스부처’에 자주 갑니다.
최근 눈여겨보는 비건 브랜드가 있나요? 비건 밀 키트와 도시락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함밭꽃, 옴뇸, 바로 밀키트, 올가니카를 꼽을 수 있겠네요.
비건을 시작한 지 딱 만 3년 차인데, 비건 라이프 이후 맞은 가장 큰 변화는 무언가요? 삶의 어느 시기보다 범사에 감사하게 되었죠. 알게 모르게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피해 의식도 사라졌어요. 그동안 외면했던 육식의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마주한 덕분에 나 또한 무자비한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거든요.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커퍼솝 한주희 대표
피부와 호흡 그리고 환경에 좋은
라이프스타일 & 홈 케어 브랜드를
표방하는 커퍼솝은 이제 막
1년 된 신생 브랜드지만,
그사이 우리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커퍼솝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누구나 한번쯤 내 브랜드(훗날 우리 브랜드)를 꿈꾸지 않나요? <보그> 에디터, 현대카드와 러쉬의 마케터로 일하는 내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던 상상을 더 늦기 전에 현실로 만들고 싶어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왜 ‘비누’인가요? 브랜드 이름 때문인지 ‘비누만 만드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하지만 비누는 하나의 상징으로 봐주세요. 가장 오래된 발명품 중 하나인 비누는 인류의 위생 역사를 근본부터 바꾸어놓았죠. 이처럼 커퍼솝도 일상에 잔잔한 변화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액상이 아니라 고체로 만들 경우 보존제(방부제)를 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고요.
친환경 제품 생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브랜드인데, 이런 일들을 실행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카테고리 특성상 패키지는 구매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포장 단계가 늘어나고 더 화려할수록 눈에 띄기 쉽죠. 플라스틱 프리, 재생지 사용, 포장과 인쇄 최소화 등을 지향하는 동시에 고객 관점에서 디자인과 패키지를 최대한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화장품 용기 역시 유리와 알루미늄보다는 플라스틱과 튜브 형태가 훨씬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최근 많이 쓰이는 친환경 혹은 생분해 소재조차도 실험실 환경(58℃ 항온, pH 7, 45일간 유지 등)에서만 분해되는 것이 다수입니다. 플라스틱 단일 소재(PP 혹은 PE)를 업사이클링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도 있죠. 늘 패키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음에도 지금과 같은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 테죠? 뷰티 에디터 시절 환경과 화장품 패키지에 관한 기사를 종종 썼고, 러쉬에서 일하면서 환경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태도를 배웠죠.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어요. 고민이 많아질수록 속도는 좀 느리지만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브랜드를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현재 뷰티 시장은 일종의 과도기처럼 느껴집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을뿐더러, 트렌드도 너무나 빨리 변하죠. 실무자로서 앞으로 뷰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될 가치는 무엇이라고 예측하나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할 수 있는 현재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신생 브랜드에도 기회가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가치는 상대적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매출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진정성 있는 제품이 될 수 있겠죠. 커퍼솝의 최우선 가치는 ‘즐거움’입니다. 브랜드의 여정에서 늘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깊이 있게 고민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고, 사용할 때 즐거운 제품이라야 오래 쓰고 싶잖아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뷰티의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과연 공존이 가능한 것인가 싶은 ‘피부와 환경에 두루 좋은 뷰티 제품’을 가려낼 안목을 기르기 위해 독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나 팁이 있다면? 브랜드 빌더가 아닌 소비자로서 피부와 환경에 이로운 제품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환경과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고 홍보하니까요.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화장품 전성분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사용할 때 호흡이 편한지 불편한지를 우선 확인합니다. 또 샴푸나 보디 워시, 핸드 워시 등 세정 제품은 손끝이 건조하거나 거칠어지는지를 확인합니다.
커퍼솝이 지향하는 서스테이너블 뷰티란? 브랜드가 걸어가는 여정에서 철학도 중요하고, 그 철학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만들 때 생산-소비-유통-폐기의 전 단계에서 자원 순환을 고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눈여겨보는 비건 브랜드나, 비건 피플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제4의 공간’이라는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업체입니다. 이혜원 대표(@4thplace.io)의 철학과 의지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커퍼솝에서 어떤 제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MBTI 솝 세트 16종이 최근에 와디즈 펀딩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 헤어와 보디 카테고리에서 비누 말고 신제품을 준비 중이죠. 기존 제품과 ‘다르게’ 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으니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