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준비하던 중 문득 화장대 위에 펼쳐진 아수라장이 눈에 들어왔다. 스트라이크를 맞은 볼링 핀처럼 쓰러져 널브러진 화장품들, 그 사이로 흘러 굳어버린 토너인지 에센스인지 모를 무언가 그리고 뽀얗게 먼지가 앉은 메이크업 브러시까지. 갑자기 현타가 왔다. 이렇게 엉망인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하면서 기사에는 ‘건강한 피부를 위해 위생에 신경 쓰라’고 적고 있을, 말과 행동이 다른 뷰티 에디터가 바로 나라니!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피부 상태도 좋지 않고 트러블도 자꾸 생기는데 그 원인이 이 더러운 화장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해에는 반드시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으로 유튜브 검색부터 화장대 정리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새해에는 나를 비롯해 모든 여성이 잘 정리된 화장대 앞에서 아름다움을 꿈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에는 모든 여성이
잘 정리된 화장대 앞에서
아름다움을 꿈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1 화장대를 가볍게, 버림의 미학
정리의 달인’들은 하나같이 잘 버리는 것만으로 정리의 반 이상이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화장대 정리 역시 마찬가지. 새해의 미모를 깔끔한 화장대에 맡기기로 결심했다면 서랍 속까지 뒤집어 화장대의 모든 화장품을 끄집어낸 뒤 사용하지 않는 제품과 사용 기한이 지난 제품을 찾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하자. 사용 기한은 용기 뒷면이나 바닥의 알파벳과 숫자로 이루어진 글자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MFD(Manufacture Date)’는 제품 제조 일자, ‘EXP(Expiry Date)’는 사용 기한, ‘BBE=BB=BE(Best Before End Date)’는 제품이 가장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제품 유효기간 그리고 뚜껑이 열린 원통 위에 ‘숫자+M(Month)’이라고 표시된 것은 개봉 후 사용 기한을 나타내는 정보로 이 기간이 지난 제품은 미련 없이 버리자. 간혹 가루 제형의 색조 제품이나 진공 용기에 들어 있는 제품 등의 경우 표시된 날짜보다 실제 사용 가능한 기간이 더 길 수도 있지만, 기간을 무시하고 쓰다가 트러블이 생기면 제조사나 구입처에서 보상을 받기 어려우므로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마스카라나 립 제품의 경우 변질되기 쉬운 편이라 사용 기한이 약간 남았더라도 제형이 달라졌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싶으면 주저 말고 쓰레기통으로 보내길!
2 질서 정연한 화장대를 위한 카테고라이징(categorizing)
정리의 사전적 의미는 어질러진 것을 한데 모아 질서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그러니 화장대를 ‘질서 있는 상태’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분류 작업이 필수다. 먼저 화장대 위에 올릴 최정예 군단부터 선발하자. 매일 사용하는 제품으로, 개수는 10개 미만! 화장대 위에 화장품을 올려두면 사용하기 편하지만 개수가 많을 경우 흐트러지기 쉽고, 먼지가 쌓여 오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최소한의 제품만 간추려 올려둘 것. 서랍 안에 넣을 제품도 마구잡이로 넣지 말고 기능과 용도에 따라 분류해야 필요할 때 바로 찾기 쉽다. 레드 립스틱을 바르고 싶은 날 여기저기 뒤적이지 않고 바로 립스틱을 모아둔 곳에 손을 뻗을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상자를 여러 개 준비해 화장품을 립스틱, 베이스, 아이섀도 등 카테고리별로 나누자. 뷰티 제품이 평균보다 많은 화장품 수집광이라면 제품군의 특징에 따라 세부적으로 한 차례 더 분류할 것. 스킨케어 제품을 기능에 따라 나누거나, 색조 제품을 컬러나 텍스처에 따라 나눠놓으면 필요할 때 바로 찾아 쓰기 편하다.
3 영리한 수납과 보관의 기술
대장정의 마무리는 수납과 보관이다. 앞서 말했듯 매일 쓰는 제품은 화장대 위에 올려두되, 알코올 티슈로 수시로 닦을 자신이 없다면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뚜껑이 있는 수납함을 마련해 넣어두자. 브러시나 퍼프 같은 화장 도구 역시 오염되면 피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니 먼지가 쌓이지 않게 덮개를 씌워 보관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끔 사용하는 색조 제품은 화장대 서랍 안에 작은 상자나 칸막이를 넣어 구획하고, 제품명과 컬러가 잘 보이도록 종류별로 수납한다. 색조 제품이 많은 편이라면 제품별 전용 아크릴 수납함에 넣어 정리하거나, 화장품 트롤리를 사용하는 것도 썩 괜찮은 방법. 그리고 모든 뷰티 제품을 보관할 때는 ‘냉암소’를 기억하자. 기온이 10~25℃로 서늘하고, 자외선이 직접 닿지 않는 곳이 제품 포뮬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 C, 레티놀 등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은 열과 빛에 취약하고 자외선에 의해 쉽게 변질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포뮬러가 민감한 제품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화장품 냉장고를 갖추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온도가 지나치게 낮은 일반 냉장고와 달리 항시 적당하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을 걱정 없이 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