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각 분야 전문가가 뽑은
12개의 상징적인 뷰티 커버를 통해,
마리끌레르가 이야기해온
동시대적 여성상을 살펴보길.

 

1937년 4월 23일, 당시 주간지였던 <마리끌레르>는 여덟 번째 호를 시작으로 월간지로 변신했다. 표지에는 생크루아(Sainte-Croix) 색상 기법으로 작업한 조르주 사드(Georges Saad)의 사진을 실었다.

 

<마리끌레르>의 사진과 커버 연대기는 지난 85년간 여성의 해방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에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이야기해왔다. <마리끌레르>가 창간한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볼까? 당시 <마리끌레르>는 수많은 매거진이 여성의 미덕으로 여기던 전통적 바느질 패턴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여성’ 그 자체에 주목하며 활짝 웃는 여성들의 모습을 실었다. 이후 1960년대에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남편에게 보호받는 여성과 부부의 이미지를 게재하기도 했으나, 그로부터 몇 년 뒤 영화감독 자크 드미(Jacques Demy)의 뮤지컬영화 속 주인공 같은 모델들의 사진을 게재하며 전환점을 맞는다. 1977년에는 금발의 여성이 해변에서 자신 있게 가슴을 드러낸 사진을, 1980년에는 주근깨를 가리지 않은 여성이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상체를 노출하는 사진을 통해 여성해방을 담아낸 것! 이후 1990년에는 쇼트커트를 한 흑인 여성 모델이 커버에 등장했고, 같은 해 11월 포토그래퍼 사샤(Sacha)가 찍은 이사벨라 로셀리니(Isabella Rossellini)의 전설적 사진이 <마리끌레르> 표지를 장식한 후에는 그녀의 톰보이 스타일이 수많은 추종자를 낳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슈퍼모델 황금기가 열리며 클라우디아 시퍼(Claudia Schiffer), 타탸나 파티츠(Tatjana Patitz), 에스텔 할리데이(Estelle Hallyday), 크리스티 털링턴(Christy Turlington), 나데주 뒤 보스페르튀스(Nadège du Bospertus) 같은 톱모델들이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2000년대 하이퍼 섹슈얼리즘을 지향하는 몸과 메이크업의 유행이 한풀 꺾이며 그 인기는 곧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2022년 8월호에는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난 여성 스포츠를 주제로 모델 본연의 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을 실어 뷰티 커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날의 몇몇 컨셉트는 지금 보기에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거나,다소 과한 스타일로 따라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테마는 지금 봐도 현대적이어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1986년 여름의 뷰티 화보는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트렌드’가 도래하기 전 이미 싱그러운 식물로 채워졌고, 1993년의 ‘태양 없이 빛나는 여인’을 주제로 한 커버는 노출에 대한 갈망을 잠재웠다. 그리고 같은 해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2000년의 ‘행복하게 먹어라’는 유독 시사성이 강한 이미지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 85년 동안, <마리끌레르>의 비주얼과 콘텐츠는 단순히 여성을 즐겁게 하는 데 국한되지 않았다. 트렌드를 넘어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알리고, 매거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거짓으로 꾸미지 않고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승화했다. 지금부터 이 모든 뷰티 역사를 담은 <마리끌레르>의 상징적 뷰티 커버를 공개한다.

 

1965년 7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장밋빛 얼굴

이 표지를 보면영화 <로슈포르의 숙녀들(Les Demoiselles de Roshefort)>(1967)속 오드리 헵번이나 카트린 드뇌브가 떠올라요. 귀한 영감의 대상이자 아름다움의 상징인 두 여배우들 말이에요. 지난 시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대를 초월하죠. | 앙글로마(Angloma), 메이크업 아티스트

 

 

 

1977년 7월

시대를 초월한 자유

아름다운 데상주(Dessange) 시절의 시대를 초월한 헤어스타일부터 부드러운 느낌을 내는 찬란한 황금빛 색감까지, 이 표지는 홀가분한 자유를 표현했어요.즐길 줄 알면서도 책임감 있는여성을 카메라에 담았죠. 또 여성에게 사회적 힘이 생겼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얼굴에 나타난 온화한 표정과 당당한 자세는 마치 원하는 건 뭐든 당장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과감한 상체 노출로 수년간 지속되던 ‘여성스러움’이라는 억압에서 벗어난 해방과 자유로운 영혼을 그렸죠. | 아드리앵 코엘료(Adrien Coelho), 헤어 스타일리스트

 

 

 

1986년 7월

건강한 몸

사진 속 드레스는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몸을 절묘하게 보여줘요. 이 사진은 마치 그녀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채 찍힌 사진 같아요. 자연스러운 자세, 맨발, 모든 것이 자유 그 자체죠. 1986년에 찍은 사진이지만 2022년에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요즘 여성들은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는 데 열정적인데, 성숙하면서도 빛나는 자신의 모습을 소망합니다. | 엘렌 체리아추킨(Hélène Tcheriatchoukine), 영양학자

 

 

 

1987년 7월

빛나는 미소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의 프레임 안에 자연스레 꽃 핀 타탸나 파티츠는 1980년대 여성의 모습을 대변해요.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슈퍼모델의 황금기였죠. 지금은 슈퍼모델을 향한 열광이 조금 잦아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의 스타로 자리 잡고 있어요. 유행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니 이 시기의 트렌드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지 않을까요? | 아르튀르 메장(Arthur Méjean), 캐스팅 컨설턴트

 

 

 

1990년 2월

쇼트커트 전성시대

뷰티와 패션, 그리고 사회는 항상 <마리끌레르>와 함께 변화해왔어요. 1990년대는 슈퍼모델 시대의 중심이었죠. 당시 모델들은 아주 긴 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상징이자 최신 유행인 쇼트커트를 선보였어요.이때 <마리끌레르>는 짧은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모델에게 특별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해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했죠. 당시로서는 매우 앞선 시도였어요. 이러한 주제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는 모델을 보면 패션이 단순한 미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패션은 재미있고 풍부하며 아주 현대적이죠. | 다비드 뤼카(David Lucas), 헤어 스타일리스트

 

 

 

1990년 5월

진정한 아름다움

저는 건강, 진정성, 산뜻함, 긍정을 잘 보여주는 이 사진을 무척 좋아해요. 이 사진을 보면 클린 뷰티의 숨결이 느껴지죠. 마치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아요. 사진 속 소녀는 매우행복하고 건강해보이며, 미소는 인생의 즐거움을 표현하죠. 건강한 신체에 깃든 건강한 정신, 이것이 생명력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나데주 뒤 보스페르튀스 같은 1990년대의 톱 모델들은 항상 제게 영감을 주었어요. 고상하기 이를 데 없는여성들이었고, 과하게 마르지도 않았죠. 이 표지 속 소녀처럼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 카라 서덜란(Carra Sutherland), 스포츠 코치, Happy Sport & Detox 설립자

 

 

 

1990년 11월

치명적 매력

이 멋진 사진은 제게 많은 영감을 줘요. 위대한 사진작가들, 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일으킨 사회적 반향, 사샤의 시적인 사진, 뷰티 팀의 글래머러스한 터치 덕분에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이상화할 수 있었던 시대죠. 이 모든 것이 제게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꿈을 심어줬어요. | 크리스토프 당쇼(Christophe Danchaud), 메이크업 아티스트

 

 

 

1993년 7월

독보적 자신감

오! 흠잡을 데 없는 흰색 셔츠, 촉촉이 젖은 피부에서 아름다움이 물씬 느껴져요. 바캉스 무드,기분 좋은여름밤, 자신감넘치는 아름다움.사소한 반감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그 자체죠.이를 라틴어로 ‘multum in parvo(많이 적게)’라고 한답니다. 단순함에 깃든 풍요로움, 그리고 영원의 구현을 말하죠. | 베티나 뒤 투아(Betina du Toit), 사진작가

 

 

 

1993년 11월

클래식의 정석

크리스티 털링턴, 영원한 미녀! 그 시절의 모든 슈퍼모델처럼, 이 카멜레온 같은 여성은 ‘포용’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크리에이터의 의도를 정확히 구현하며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죠. 그리고 카방 재킷과 뉴스보이 캡 같은 매니시 룩을 보여주는데, 저는 이러한 장르의 혼합을 매우 좋아해요. 또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얼굴의 매력과 선을 가리기보다는 드러내면서 강조한 점이 매력적이죠. 이 화보 속 스타일은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클래식의 정석을 보여줘요. 많은 여성이 ‘화장을 잘했다’는 말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싶잖아요. 이 커버는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 톰 페슈(Tom Pecheux), 메이크업 아티스트

 

 

 

1999년 11월

자유분방한 그런지 헤어

이 커버는 시대를 초월하는 헤어스타일을 보여줘 시사하는 바가 커요.부스스하고 매트한 질감으로 헤어를 스타일링한 점이 특히 매력적이죠. 약간 풀린 땋은 머리와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 가닥! 오늘날 완벽히 따라 할 수 있는 룩이지만 2022~2023년 버전을 따른다면 긴 머리로 표현하는 편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 피에르 생 세베르(Pierre Saint Sever), 헤어 스타일리스트, 다이슨 앰배서더

 

 

 

2013년 7월

여인의 자화상

 

전설적인 사진작가 파올로 로베르시(Paolo Roversi)가 포착한 배우 레아 세이두를 보면 꾸밈없는 얼굴에서 하나뿐인 투명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요. 사진을 찍는 순간, 그녀는 인간의 한 부분을 그려내죠. 포즈를 취하고,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사람의 얼굴 모습과 근육, 움직이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화보를 특히 좋아해요. 외모와 기교를 중요시하는 요즘 사진과 달리, 진정성과 투명함을 드러내거든요. 이제는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라고 생각해요. | 샹탈레만(Chantal Lehmann), 테라피스트

 

 

 

2022년 8월

스포츠와 웰빙의 만남

지난 10년 동안 시작된 여러 움직임이 서로 교차해왔는데, 이 커버가 그 교차점을 보여줘 저를 놀라게 했어요. ‘바람직한’ 이미지가 변화해온 모습을 그대로 담았죠. 형태학, 민족성, 태도, 세대 같은 다양한 현실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가슴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여성의 몸이 ‘스포츠’라는 개념을 이미지로 구체화했고, 이와 동시에 포용적이고 자부심 있는 움직임을 보여줘요. 여기서 움직임은 자신감을 키워주는 웰빙의 비결이죠. 마치 초현대적 작품처럼 포토샵을 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몸과 작은 타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이 사진처럼 진정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 에마 프리크(Emma Fric), 트렌드 분석가, The Prospectivists 공동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