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100ml, 40만4천원.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도 잔잔하게 고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짙은 자국 같은 향이 있다.
나에게는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가 바로 그런 향이다.

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같은 회사에 파촐리와 우드가 섞인 중성적인 향기를 풍기는 선배가 있었는데,
자신만의 향을 지닌 여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향이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지 그때 느꼈다.

그 뒤로 나의 시그니처 향이 되어줄 향수를 찾던 중에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를 알게 됐다.
쌉쌀한 블랙커런트 베이스에 터키시 로즈의 농염한 기운이 살짝 스민 듯한 향은
중성적이면서 독특한 향수를 찾던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나치게 묵직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무게감있는 우아한 향에 반해 이 향수를 뿌린지 벌써 7년째,
주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이 향을 맡았을 때 내가 떠오른다고 하면 어쩐지 기분이 좋다.

– <마리끌레르> 뷰티 시니어 에디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