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욕망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탈리아의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아름다움과 욕망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관계라고 이야기했다. 아름다움은 욕망을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대상이며, 욕망은 아름다움을 탐색하고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이런 아름다움과 욕망의 상호 보완적 관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을 찾으라면 소셜미디어가 아닐까? SNS는 휴대폰 너머로 우리가 욕망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보며 욕망을 채우는 동시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을 찾아내곤 하니까. 이 상호작용은 적당한 수준에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지만, 선을 넘으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령 근사하고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사람들에게 무수히 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다면, 이는 언젠가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완벽한 이미지를 위해 자신의 사진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정하고, 이렇게 보정한 사진이 사람들의 SNS에 업로드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소셜미디어 속 세상은 실제와 더욱 큰 괴리를 만들며 자칫 비현실적 미의 기준을 현실에 영속시킬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이야기하는 것과 왜곡된 시선이 불러일으키는 삐뚤어진 관점의 확산을 온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어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재가공하는 세상이 온다고 생각하면 좀 섬뜩하지 않은가? 필터나 포토샵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보정된 사진 속 자기 모습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2021년부터 유럽 몇몇 국가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형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프랑스에서는 인플루언서가 소셜미디어에 보정한 사진을 올릴 때 그 사실을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프랑스 경제재정산업디지털주권부 장관 브루노 르 메르(Bruno Le Maire)는 이런 조치가 SNS 이용자의 자존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거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한다고 해도 실효가 있을지 조금 의문이 든다. 프랑스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미디어의 사진 보정을 규제한 선례가 있다. 2017년, 깡마른 모델을 닮고 싶어 하는 여자들을 섭식 장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델의 몸을 리터칭 등으로 수정한 광고 이미지에는 무조건 ‘photographie retouchée(사진을 보정했음)’라는 문구를 표기하도록 한 법안을 실행한 것이다. 그런데 7년여가 지난 지금, 프랑스 잡지에 게재된 광고에서 이런 문구를 몇 개나 볼 수 있나? 이런 전례가 있다 보니 이번에 발의된 인플루언서 규제 역시 같은 길을 걷지 않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규제는 아니지만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뷰티 브랜드 도브는 2004년의 ‘리얼 뷰티 캠페인’이나 2013년의 ‘리얼 뷰티 스케치’을 통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남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2018년에는 가수 앨리샤 키스, 배우 캐머런 디아즈 등을 필두로 SNS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민낯을 공유하는 #NoMakeupMovement 캠페인이 벌어졌다. 유명인부터 일반인까지 5천 개 이상의 게시물이 업로드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 역시 우리의 고민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했다. 그 증거로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행동이든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 그로 인한 변화의 움직임은 미미하게나마 언젠가 나타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움직임에 힘을 싣기 위해 우리는 소셜미디어 속 사진들이 모두 현실과 같지 않음을 인지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정교하게 보정한 사진으로 보는 이에게 왜곡된 정보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아름다움은 인류의 오랜 미학적 관점이기에 그저 가벼운 자기만족을 위해 약간의 수정을 가한 사진까지 뾰족한 눈으로 바라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SNS의 이미지 왜곡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점을 세우는 데 있지 않을까?
-뷰티 칼럼니스트 송시은
“우리는 소셜미디어 속 사진들이 모두 현실과 같지 않음을 인지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뷰티 칼럼니스트 송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