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진리를 표현한 장면. ‘AAA-AAA’(1978) 작업에서 두 사람은 다툼으로 본인의 바닥까지 내비친 뒤 비로소 텅 빈 상태로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샘물의 스타실러 파운데이션 #라이트로 피붓결을 정돈하고, 메이크업포에버의 루즈 아티스트 #402 콘스탄틀리 온 파이어를 손등에 덜어낸 뒤 스펀지에 묻혀 눈가부터 관자놀이, 볼 앞쪽을 중심으로 발랐다. 이어 헤어라인과 턱선, 턱 끝에도 살짝 터치해 마무리했다.
이별 후, 지나가는 관객과 눈을 맞추는 마리나의 퍼포먼스 ‘The Artist is Present’(2010) 도중 우연히 찾아온 울라이. 마리나는 23년 만에 재회한 그와 짧은 눈 맞춤을 하는 동안 손을 맞잡고 눈빛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맞잡은 두 손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온기를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포에버의 루즈 아티스트 #402 콘스탄틀리 온 파이어를 손가락과 손등 뼈 부근에 묻히고 스펀지로 블렌딩해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마리나와 울라이는 이별 또한 예술로 승화했다. 우주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인공 창조물인 만리장성에서 만나고, 포옹하고, 이별하는 여정을 모두 기록했다. 땋은 머리를 태민이 서 있는 벽 쪽으로 넘기고 그를 바라보는 조안의 모습에서 이별하는 연인의 아련한 아픔이 느껴진다. 모로칸오일의 소프트 왁스를 조안의 머리 전체에 발라 빗어 넘긴 후, 헤어피스를 달아 머리를 발목까지 닿게 연장하고 세 가닥으로 나누어 땋아 내렸다.
바비브라운의 롱웨어 젤 아이라이너 #블랙을 모양이 둥근 브러시에 묻혀 넓게 펴 바른 뒤 디올 5 꿀뢰르 꾸뛰르 아이섀도우 팔레트의 딥한 네이비 컬러를 눈두덩이 전체와 눈 아래까지 꽉 채워 발라 이별의 상실감을 표현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만남 이후 12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들은 만리장성을 두 발로 걸으며 마침내 끝을 선언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스쳐 지나가 원래 혼자였던 두 사람이 다시 혼자로 돌아가 걷는 이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