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 뷰티 루즈 디올 벨벳 피니쉬 #999. 3.5g, 4만8천원대.

CHRISTIAN DIOR BEAUTY
ROUGE DIOR VELVET FINISH #999

성인이 되었다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 건 자유로이 출입하게 된 클럽도 술집도 아닌 립스틱이었다. 학생 때는 엄두도 못 내던 도발적인 컬러를 당당하게 바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달까? 당시 배우 아오이 유우처럼 청순한 이미지가 유행이라 다들 옅은 핑크빛 립스틱을 바르고 다녔는데, 누구보다 튀는 걸 좋아했던 나로선 성에 차지 않았다. 화장품 코너를 돌며 수많은 컬러를 발라본 후 선택한 건 바로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전설적인 립스틱 루즈 디올 999였다. 고백하건대 당시엔 ‘999’라는 숫자에 담긴 의미나 그 가치에 무지했다. 그저 새빨간 립스틱 하나만으로 맹숭맹숭하던 내 얼굴이 화려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끌렸을 뿐. 뷰티 호황기인 요즘, 컬러 장인을 자부하는 브랜드가 많아졌지만 적어도 레드만은 루즈 디올 999가 지닌 아우라를 넘어서기 어렵지 않을까.

<마리끌레르> 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