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ROUGE COCO #416 COCO
성년의 날, 엄마가 건네준 샤넬 루쥬 코코가 나의 첫 립스틱이었다. 당시 늘 물기 많은 촉촉한 틴트를 바르던 내게 립스틱으로 차분히 입술 선을 따라 그리는 행위만으로도 성숙한 여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메이크업이 서툴렀지만 루쥬 코코의 촉촉한 텍스처와 수채화처럼 맑은 색감은 원래 예쁜 입술처럼 만들어주어 중요한 날 가방 속에 챙기면 마음이 든든했다. 데이트할 때도 마찬가지. 그땐 더욱 공들여 립스틱을 바르곤 했는데,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너는 보면 볼수록 입술이 예쁘다며 수줍게 뽀뽀했던 추억도 있다. 젖살이 아직 남아 있던 스무 살, 그땐 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샤넬 캠페인 속 바네사 파라디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아하게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을 따라 하던 나를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이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