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 에프터글로우 리퀴드 블러쉬 #돌체비타. 7ml, 4만5천원대.

NARS

AFTER GLOW
BLUSH

사실 이 제품은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블러셔는 아니다. 원래는 나스의 파우더 타입 블러셔 #돌체비타 몇 통을 바닥이 드러나 힛팬(hit pan)이 될 정도로 10년 가까이 사용했었다. 살짝 말린 듯한 빛바랜 복숭아 빛깔로 칙칙한 안색을 금세 환하게 만들어 나에겐 그야말로 메이크업 치트키였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어느새 파우더리한 블러셔가 건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잖아도 바싹 메마른 얼굴에 파우더 타입 블러셔를 바르니 피부의 요철이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랄까? 갈수록 생기를 잃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10년 가까이 애정을 쏟던 아이템마저 못 쓰게 됐다는 사실에 서글퍼지던 차에 같은 색상의 제품이 리퀴드 타입으로 출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바로 발라보았다. 질감을 손등에 테스트할 때부터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다. 살갗에 사르르 녹아들면서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발색되는데, 전혀 건조하지 않고 광채가 차오르는 느낌. 게다가 이 제품을 바를 때마다 남자친구가 유난히 예뻐 보인다고 말해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파우더 타입에 안녕을 고하고 곧장 갈아탔다. 부담 없는 웜 톤 핑크 컬러라 노란 기가 도는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듯.

<마리끌레르> 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