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라보 핸드 포마드 바질. 55ml, 3만8천원대.

LE LABO
HAND POMADE BASIL

도도하고 차가운 인상의 그는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사람 같았다. 어색하게 짧은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던 우리가 친해진 건 다름 아닌 핸드크림 때문. 나를 스쳐 지나가는 그에게서 그날 따라 호기심을 자극하는 향긋한 향이 났고,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너 무슨 향수 써?”라며 말을 건넸다. 그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향수가 아니라 핸드크림인데?”라고 대답하곤 자기 손을 내 코앞에 내밀었다. 그렇게 르 라보 ‘핸드 포마드 바질’ 향에 대한 예찬을 주고받은 우리. 푸릇푸릇한 풀 내음에 톡 쏘는 허브 향, 그리고 살갗에 남는 은은한 버베나의 잔향에 푹 빠지고 말았다. 버터같이 꾸덕꾸덕한 제형이라 무심코 튜브를 눌러 짜도 딱 한 번 사용할 양만큼만 나오는 점도 우리가 이 핸드크림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핸드크림은 자주 받는 선물 중 하나라 그동안 생기는 대로 이것저것 써왔는데, 르 라보 핸드 포마드 바질을 만난 후 벌써 3개째 연이어 구매할 만큼 애정이 생겼다. 가끔 그 친구를 만나 첫 만남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때면 우린 한 번의 용기로 좋은 친구도, 핸드크림도 얻었다고 말하곤 한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