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REDO
BLANCHE HAND CREAM
핸드크림에 얽힌 소중한 기억은 대학교 4학년, 졸업 전시를 앞두고 한창 분주하던 때로 돌아간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 때맞춰 받은 졸업 선물은 바로 바이레도 ‘블랑쉬 핸드크림’. 기분 좋게 포장을 뜯고 처음 손에 바르던 순간, 마치 소르베처럼 사르르 녹아드는 텍스처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살결에 스며들자마자 스치는 향의 첫인상은 깨끗함과 단아함. ‘블랑쉬’ 향수의 향을 그대로 농축한 화이트 플로럴 향이 마치 갓 빨래한 옷에서 나는 섬유 유연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늘한 공기 사이로 슬몃슬몃 느껴지는 깔끔한 향기가 겨울과 무척 잘 어울리기까지 하니 반할밖에! 단정한 느낌의 향 때문일까? 사회에 나가면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들은 이런 핸드크림을 바를 것 같아 머릿속으로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이런 서사를 기록하며 나에게 이 제품은 사회에 나오기 직전 꿈 많던 시절이 떠오르는 추억의 아이템이다. 그 옛날 내가 그랬듯이 풋내와 성숙한 느낌이 동시에 나는 사회 초년생에게 건네고 싶다.
<마리끌레르> 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