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다독이는 꿈 같은 최면
에디터가 수면뿐 아니라 최면에 관심이 생긴 건 최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생긴 무기력증과 우울을 최면 상담으로 치유했다는 지인의 말을 들은 때문이다. 청년 우울증 환자 1백만 시대라지만 여전히 정신과 상담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 지금, 어쩌면 최면이 새로운 마음 치유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목표는 평소 인식하지 못하던 핵심 감정을 해소하는 데 있습니다. 최면으로 심신을 이완해 이성적, 합리적, 비판적 사고 능력을 잠시 둔화시켜 무의식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죠.” 최면심리상담센터 지안 송준영 상담사의 말이다. 해소하고자 하는 핵심 감정을 책상의 상판에 비유하자면, 이를 지지하는 다리 네 개는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다. 이 트라우마는 유년 시절 생긴 것일 수도 있고, 더 멀리 전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최면 치유’는 그 범위 내에 생긴 나의 핵심 감정을 떠올리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에디터는 최면 치료 전, 내담자가 작성하는 질문지에 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질문 내용 은 매우 다양했다. 떠올리기 어려운 일곱 살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부터 현재 살면 서 느끼는 감정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과정은 1시간 정도 걸릴 만큼 심도 깊었다. 지친 마음을 돌볼 시간이 부족한 건 비단 나만이 아닐 터. 답을 적으며 그간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을 열어본 것만 같아 왈칵 눈물이 나기도 했다. 뒤이어 이어진 최면 치유 시간. 편안하고 고요 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최면 치유는 최면 하면 떠올리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꺼내고 싶지 않은 내 안의 무언가가 튀어나와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등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되레 심신이 매우 편안했으며, 그 상태 그대로 생각 저 너머로 향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을 떠올리고 지금 그 장소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내가 영혼이 되어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가 점점 더 하늘 위로 올라가고, 우주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그곳은 작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이때 내담자에게 어떤 감정이 드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요하고 평온하다고 답합니다.” 송준영 상담사는 최면 치유로 평안을 찾은 마음으로 다시 트라우마가 생긴 장소에 도착하면, 이전에 느끼던 불안이나 분노 등이 다른 감정으로 대체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를 감정 연합을 해체한다고 표현하는데, 부정적 감정의 연합을 분리하고 나쁜 감정적 기억을 해소하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이를 대하는 내담자의 자세는 바뀌는 것이다. 송준영 상담사는 일반 심리 상담과 달리 최면 치유는 감정을 먼저 해소해 인지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 전했다. 최면 치유는 2시간 정도 걸린다. 1~2주 간격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내담자의 고민에 따라 상담 기간이 달라지지만, 주로 3~6회 하면 만족할 성과를 이룰 수 있다. 다만 자기 주관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상담 한 번에 자신이 가진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자 하는 조급증과 두려움을 지닌 경우에는 최면 치유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인간은 행복보다 불행을 더 잘 인지한다. 손끝에 작은 가시가 박혀도 온종일 신경 쓰일 만큼 불편한데, 마음에 못이 박힌 채 사는 건 괴롭다. 어쩌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을 먼저 없애는 것이 아닐까. 올 한 해 몸과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고 싶다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치유법에 마음을 활짝 열어보자. 내 안의 우울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