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MING CHIME

블루 롱 드레스 Fendi.

사운드 배스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선 약간 각오가 필요하다. 주먹만 한 싱잉볼이 대략 5만원, 여기서 크기가 커지고 소재와 원산지가 달라지면 가격은 천차만별로 벌어진다. 게다가 전문가가 연주하는 사운드 테라피 프로그램을 들으려면 체험비로 10만원 정도 든다. 오로지 내 몸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명상이나 요가와 달리 어느 정도 장비발이 필요한 테라피인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디터가 전문가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 “사운드 테라피를 이미 체험했다면 몸이 소리의 진동을 기억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왜냐하면 사운드 배스는 악기를 통한 진동을 전달함으로써 효과를 내기 때문이죠.” 이상현 대표는 유튜브나 음악 스트리밍 앱으로 간접경험을 하는 것은 실제와 차이가 있으므로 꼭 직접 체험해보라고 권했다.

에디터는 전문성과 구성을 꼼꼼히 따져본 결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메디컬 센터에서 자율신경 균형 검사(스트레스 검사로 알려져 있다)를 받은 후 웰니스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고 소문난 위호텔제주를 선택했다. 햇빛과 바깥 풍경을 철저히 차단한 상태에서 달, 별, 오로라를 표현한 조명으로 가득 채운 공간이 펼쳐져 눕자마자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금속, 원석, 크리스털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싱잉볼 중 테라피스트가 에디터에게 권한 건 크리스털 싱잉볼. 음계가 정확하고 파동과 진동이 일정해 신체의 컨디션에 맞게 곡을 즉석에서 작곡해준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게 측정된 에디터에게는 심리적 긴장으로 굳은 몸을 풀기 위해 균형을 맞추는 음계, 그리고 뇌파를 낮추는 주파수로 맞춰주었다. 시작은 10분간의 사운드 명상. 싱잉볼 연주를 들으며 호흡함으로써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요가 시간에 명상하듯 매트에 큰대자로 누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눈을 감은 채 내 숨이 어디로 들어와 흐르는지, 몸이 어디가 불편한지 살폈다. 그러다 문득 명상을 방해하는 생각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배제하다 보면 어느새 잔뜩 솟아올랐던 승모근이 내려가고 부푼 가슴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심신이 한껏 이완됐을 즈음 테라피스트가 몸 주위를 돌며 싱잉볼을 연주해주는 사운드 배스가 시작된다. 그러자 계곡에 누워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긴 듯 힘 있는 파동이 몸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일부러 움직이지 않아도 소리에 미세하게 움직이며 반응하는 근육들을 하나하나 느끼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차분하고 더없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준 테라피스트에 따르면, 악기의 소리와 진동이 뇌파를 떨어뜨려 명상이나 기도, 숙면을 할 때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요동치는 뇌파를 떨어뜨리려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몸을 이완한 채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할 때도 쉽게 평온한 모드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운드 배스의 최대 강점. 그러니 흘러가는 소리에 집중하며 마음을 오롯이 비우는 방식에 익숙해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