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는 유기체다. 영화계는 태어나고, 살고, 죽는 생으로 이뤄지는 하나의 세계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만 속한 세계가 아니다. 관객은 영화계 밖의 구경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는 잊힐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관객도 엄연한 영화계의 일원이다. 한 편의 영화로 인생을 바꿨든, 심심파적으로 생각하든 영화를 보는 행위는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유기체가 그렇듯, 영화계도 다음 세대를 일구려고 애쓴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능이 엿보이는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다.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즈(Moet Rising Star Awards)는 한국 영화계의 앞날을 책임질 영화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영화와 영화제를 후원해온 샴페인 하우스 모엣&샹동(Moet & Chandon)이 준비해온 이 시상식의 아주 큰 미덕은 엄숙하지 않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영화계를 후원해온 샴페인 하우스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계의 동반자가 됐다. 실상 전쟁터 같은 영화 현장을 떠나 파인 다이닝에서 샴페인과 식사를 즐기며 서로를 북돋고,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봄날의 밤을 준비한 것이다. 차세대 영화인을 선정하는 안목도 탁월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열렸던 첫 회에서는 이상우 감독과 배우 김고은이, 두 번째 열렸던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신연식 감독과 배우 김고은이 상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수상자로 결정된 두 사람은 <산다>의 박정범 감독과 <우아한 거짓말>의 배우 고아성이었다. 이견이 없는 선정이었지만, 화려하지만 오붓하고, 격식을 챙기면서도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캐주얼해서 더 근사했던 만찬은 생략됐다. 세월호의 침몰로 세상의 시간은 멈췄고, 즐겁고 반가운 자리가 될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옳다는 결정이었다. 상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내년을 기약하고 조촐한 트로피 전달식을 마치고 헤어졌다. 다시 그들과 만난 건 지난 3월 홍콩에서다.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즈의 수상자들은 수상자 자격으로 매년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안 필름 어워즈(AFA, Asian Film Awards)에 참석해왔다. 지난해 수상자인 박정범 감독과 배우 고아성은 AFA에 앞서 아시안 필름 어워즈 아카데미(AFAA, Asian Film Awards Academy)와 모엣&샹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사전 행사 ‘모엣-AFA 스페셜 어워즈(Moet-AFA Special Awards)’에 참석했다. 아시아 영화계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열린 이번 행사는 홍콩 소호의 새로운 명소 PMQ에서 열렸다. 낡고 오래된 경찰관 아파트를 젊은 디자이너들의 스튜디오와 쇼룸이 들어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고아성은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하느라 한창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었다. 사회성 강한 드라마를 선보여온 안판석 감독의 도발적인 블랙코미디에서 고아성은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괴물> <여행자> <설국열차> <우아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두려움 앞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들을 본능적으로 보호하는 소녀들을 연기해왔다. 영화만큼의 밀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이번 드라마에서 고아성은 배우로서의 진가를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부자들의 위선적인 세계에 던져진 소녀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고아성의 연기는 당차고 영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