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끌레르가 11월호를 위한 마감에 막 들어섰을 때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식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리끌레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의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준비하며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화려하진 않지만 관객과 영화인을 위한 내실 있는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진심은 아마도 잘 전해진 것 같다. 그리고 마리끌레르는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아시아 스타 어워즈 2015를 개최했다. 더 많은 아시아의 영화인을 소개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데 마음을 같이한 마리끌레르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스타 어워즈를 기획했고 올해로 제3회를 맞이했다. 지난 10월 3일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펼쳐진 아시아 스타 어워즈에는 그렇게 아시아의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또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영화인끼리 그간의 안부를 묻고 노고를 칭찬하며 영화를 위한 열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제3회 아시아 스타 어워즈를 위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거꾸로 가까이, 돌아서>의 여주인공 채정안이 진행을 맡았고, <마리끌레르> 손기연 편집장, 이용관·강수연 집행위원장,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함께 게스트를 맞이했다. 오랜만에 영화제를 찾은 배창호 감독은 시상식 자리에 누구보다 일찍 찾아와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그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이정재를 깊은 포옹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지난해 <거인>에 이어 올해는 <호텔룸>으로 부산을 찾은 최우식과 영화 <스피드>의 이상우 감독, 백성현, 서준영이 훈훈한 미소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섰다. 자신의 첫 연출작인 <나홀로 휴가>와 함께 영화제에 초청된 조재현, 울림 있는 영화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과 윤계상, 권해효, 김의성, <거꾸로 가까이, 돌아서>로 무대가 아닌 스크린의 주인공이 된 박규리와 김재욱, 언제나 우아한 여배우 예지원, 그리고 바이크로 이틀을 달린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는 <거짓말>의 김꽃비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인 정지영 감독과 이장호 감독도 자리를 빛내주었다. <베테랑> <검은 사제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뜨거운 신인으로 주목받는 박소담과 <선지자의 밤>의 이미소도 함께했다. 그 밖에 한국 영화 천만 관객 시대를 연 강제규 감독과 올해 천만 관객 영화가 된 <암살>의 최동훈 감독도 이날 시상식장을 찾았다. 그리고 칸 영화제의 크리스티앙 정 수석 프로그래머와 홍콩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로저 가르시아 등의 해외 게스트도 참석했다.
시상식의 시작을 알린 건 이동준 음악감독의 피아노 연주였다. 이동준 음악감독은 아시아 스타 어워즈를 위해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와 <민우씨 오는 날>의 서정적인 OST를 준비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시상식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네며 본격적인 수상이 시작되었다. 제3회 아시아 스타 어워즈는 아시아의 영화를 사랑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리끌레르와 뜻을 함께해온 글로벌 시계 브랜드 해밀턴의 후원으로 우리가 주목해 마땅한 신인 감독에게 수여하는 ‘라이징 디렉터 어워드(Rising Director Award)’,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맥이 후원하고 작품을 위해 스크린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한 ‘비하인드 더 스크린 어워드(Behind the Screen Award)’, 공로상에 해당하는 ‘스페셜 어치브먼트 어워드(Special Achievement Award), 아시아 영화계의 새로운 별을 격려하는 ‘라이징 스타 어워드(Rising Star Award)와 명실공히 아시아의 스타에게 주어지는 ‘아시아 스타 어워드(Asia Star Award)’, 마지막으로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활약을 보여준 배우에게 시상하는 ‘액터 오브 더 이어(Actor of the Year)’까지 총 6개 부문에 걸쳐 시상이 이어졌다.
라이징 디렉터 어워드의 주인공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받은 <주바안>을 연출한 모제즈 싱 감독에게 돌아갔다. 시나리오를 쓴 지 7년 만에 자신의 첫 장편영화를 완성한 모제즈 싱 감독은 기존 발리우드 영화와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음악영화를 선보이며 아시아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비하인드 더 스크린 어워드는 <암살> 속 1930년대 한국을 재현한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동안 <올드보이> <괴물> <국제시장>에서 우리는 이미 그녀의 진가를 확인한 바 있다. 그녀는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해준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간 아시아 영화를 위해 오랫동안 애써온 영화인을 위한 상인 스페셜 어치브먼트 어워드의 주인공은 대만의 국민 여배우 양궤이메이와 스난성이었다. <애정만세>와 <음식남녀> 등에 이어 올해는 <시먼딩 이야기>로 부산을 찾은 양궤이메이는 오래전 한복을 입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한 무대에 올라 관객과 인사를 나누던, 부산국제영화제의 변함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또 한 명의 공로상 수상자인 스난성은 <용호문> <만추> <인 더 룸> 등 홍콩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 영화를 만들어온 명실공히 최고의 제작자다.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동안 가장 많은 작업을 함께 해온 서극 감독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34년간 영화를 만들어오며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함께 만듭시다.” 그의 소감에는 시상식에 자리한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올해 신설된 라이징 스타 어워드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인 <산이 울다>의 헤로인 랑예팅에게 돌아갔다. 많은 선배 영화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그녀는 내내 들뜬 얼굴이었다. 아시아 스타 어워드의 주인공은 <베테랑>에 이어 <사도>까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유아인이었다. 아시아 스타 어워즈가 열리기 전날엔 해운대의 포장마차 거리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낸 그는 아시아 스타 어워즈에서는 선배 영화인들과 해외 영화인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자리를 함께했다. 조재현은 출연작이 연이어 흥행하는 유아인을 두고 “앞으론 이런 배우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위트 넘치는 격려와 함께 시상에 나섰다. 기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유아인은 “아직 아시아의 스타는 아닌 것 같은 데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이어질 오픈 토크 때문에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잊지 않고 전했다. 진백림도 아시아 스타 어워드를 수상했다.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로 부산을 찾은 진백림은 하지원과 <목숨 건 연애>를 촬영하며 대만을 넘어 한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과 기회를 준 마리끌레르와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시상식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르익었다. 그건 아마도 아시아 스타 어워즈가 여느 다른 시상식과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일 터. 상을 주고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추억을 회상하고 선후배가 정을 나누며 서로의 팬으로서 처음 만나 반가운 순간이 있는 곳이 바로 아시아 스타 어워즈다. 수상자들의 소감에는 함께해온 추억이 담기기도 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응원이 담겨 있기도 하다. 어느덧 시상식은 이날 최고의 영예인 액터 오브 더 이어만을 남겨두었다. 올해의 배우 상은 이정재에게 돌아갔다. 이정재의 데뷔작인 <젊은 남자>의 배창호 감독은 이정재를 두고 “예전에는 그가 시대를 너무 앞서간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를 알아봐주는 시대가 되었다”라며 그를 소개했다. 배창호 감독이 무대에 올라 이정재를 소개하는 순간부터 이정재는 자신을 발견한 배창호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배우로 살아온 21년의 시간에 대한 소회 때문인지 무대에 오르자마자 손으로 살짝 눈물을 닦았다. 배창호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큰 은인이고 선생님이자 아버지이기도 한 감독님에게 상을 받아 더 기분이 좋습니다. 21년 전에 감독님 작품을 통해 처음 영화에 데뷔해서 더 감격스러워요. 아직까지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항상 이렇게 선후배 영화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리를 함께하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진심이 담긴 수상 소감은 시상식을 찾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액터 오브 더 이어를 끝으로 모든 시상이 끝나고 만찬이 이어졌다. 한자리에 모인 영화인들은 테이블에 앉아 모엣&샹동의 샴페인을 기울이며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부지런히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미처 다 하지 못한 인사를 건네며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아시아 스타 어워즈를 준비하며 우리가 꿈꿨던 순간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경쟁을 위한 시상식이 아니라 지금 현재 아시아의 영화에 헌신하는 영화인들이 한데 모여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순간, 그리고 그 추억과 격려에 힘입어 아시아 영화가 또 한 걸음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게 아시아 스타 어워즈에는 새로운 등장을 알리는 영화인과 뜨거운 전성기를 달리는 영화인, 그리고 오랜 세월 아시아 영화의 큰 힘이 되고 있는 영화인들이 한데 모여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시간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