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에 만난 스물세 살의 공명은 주로 욕심과 에너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다른 일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배우의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고도 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할 때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힘주어 감정을 조절하면서 진중한 표정을 내내 잃지 않았다. 한껏 표출하고 부딪혀도 괜찮을 청춘의 절정에 있으면서도, 내일에 대한 고민으로 굳어 있던 모습이 다소 벅차 보이기도 했다.
1년 만에 공명을 다시 만났다. 전보다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시작한 우리의 두 번째 대화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채워졌다. 두 드라마를 연이어 마친 후,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공명은 또 다른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겨울에 그는 서프라이즈 멤버들과 함께 지내던 숙소에서 나와 자취방을 얻었고, 현장에서 만난 또래 배우들과 친구가 됐으며, 종종 술도 마시고 보고 싶었던 영화도 마음껏 봤다. 앞으로의 일상은 요즘 날씨처럼 더없이 산뜻해질 것 같다. 공명은 지금 보통의 청춘처럼 짧은 순간을 즐기며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 1년 만에 다시 만났네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요즘 거울 속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전과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부쩍 들어요. 그사이에 조금 성장한 것 같달까요?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선다고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작년 인터뷰 때는 영화 <수색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그랬을까요? 공명은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늘 보니 전보다 훨씬 밝아 보여요. 맡은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수색역>을 찍을 때는 실제로 우울했고, 이후에 <딴따라> <혼술남녀>를 하면서는 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한창 밝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출연 중이죠. 가상 아내 정혜성과 스캔들도 났더라고요. 그만큼 케미가 잘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촬영장에서도 정말 재미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귀엽게 봐주니 더 신이 나서 촬영해요. 얼마 전에 동생 도영이가 같이 출연해서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오글거리는 장면도 꽤 있었어요. 그래요? 저는 방송을 다시 보면서 한번도 오글거린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혜성 누나가 하는 행동은 가끔 진짜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저는 괜찮지 않아요?(웃음)
실제로 연애할 때 어떤데요? 이젠 잘 모르겠어요. <우결> 찍으면서 연애관에 혼란이 왔어요. 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새로워서 저도 놀랐거든요. 적극적이고 표현이 많은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또 그렇지도 않고, 소심하고 답답해 보일 때도 있더라고요. 연애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스물넷. 뜨겁게 사랑하고 연애할 나이 아닌가요? 제대로 된 연애는 스무살 때가 마지막이에요. 그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웃음) 저는 딱히 이상형이 없어요. 키가 크든 작든, 눈이 동그랗든 쌍꺼풀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 느낌이 맞으면 좋아요. 무언가를 함께 했을 때 같은 순간에 낭만을 느끼는 여자.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실제로 지금 여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할 거예요? 아니요. 비밀로 하고 싶어요. 30대가 되면 아마 공개하고 싶어지겠죠?
무슨 차이죠?(웃음) 느낌의 차이요.(웃음) 지금은 왠지 안 될 것 같아요. 안정감이 드는 때가 되면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모르겠어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즐겁다니 다행이지만 종종 연기에 대한 갈증도 느꼈을 것 같아요. 공명은 배우니까요. 네. 한창 그랬는데, 조만간 드라마 <하백의 신부> 촬영에 들어가요. 갈증을 느꼈던 만큼 더 절실하게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어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나요? 저는 신이에요. 인간세계에 내려온 신이요. 마냥 밝고 웃기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서 좋아요. 신답게 위엄 있는 모습도 있고, 어딘가 장난스러운 매력도 갖춘 역할이에요.
판타지는 처음이에요. 새로운 도전이네요. 이전에는 일상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참고할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었죠.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시나리오만 읽고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야 해요. 어렵기도 한데 재미있어요. 작품속 세계에 잘 녹아들고 있는 기분이에요. 나는 신이다. 당분간 이렇게 믿고 지내야죠.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무척 많이 배우지만 이번에 더욱 새로운 걸 접하게 돼서 설레요.
신이라면 세상에서 뭘 이뤄놓고 싶어요? 제가 신이라면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세상을 바꾸겠다, 뒤집겠다고 생각하는 신은 별로라고 생각해요. 아, 순간 이동 능력은 갖고 싶어요. 일 끝나면 방 침대에 바로 짠 하고 들어갈 수 있게요.
그 마음 알죠. 데뷔 4년 차, 연습생 기간까지 합하면 배우의 세계에 들어온 지 6년이 됐어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클 것 같아요. 항상 생각하는 건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자는 거예요. 한 가지 방향을 정해두기보다는 어느 쪽이든 꾸준하게 같은 속도로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공명에게 좋은 사람, 좋은 배우란 무엇이에요? 진짜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진솔한 사람이에요.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생각을 최대한 편하게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배우는, 글쎄요. 그에 대한 답은 평생 못 할 것 같아요. 언제까지고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 고민하면서 살 것 같아요. 좋은 배우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나태해지지 않으려 늘 노력해요. 스스로에게 잔소리도 많이 하고요. 멈추지 않고 늘 뭐든 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스스로한테 엄격한 편이라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겠어요. 좋은 스트레스죠. 사소한 것들로 기분을 쉽게 전환하는 성격이라 괜찮아요.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는 집에서 나와 사무실로 가는 도중에 날도 화창하고 거리에 사람이 참 많았는데, 그런 북적거리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순간순간 그렇게 좋은 감정이 든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미래를 자주 상상해보는 편인가요? 네. 나의 10년 후,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곤 해요. 배우로서 무언가 이룬 것이 있길 바라요. 상도 받고 싶어요.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어느 날 상을 받게 된다면 수상 소감을 뭐라고 할까 미리 고민해본 적도 있어요.(웃음)
배우로 살면서 가장 좋은 건 뭐예요? 나를 많이 알게 된 것.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제 자신에 대해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아, 촬영 현장도 좋아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좋고요. 요즘처럼 작품 준비가 한창인 시기에는 날마다 두근거리고 설레요.
작년에 꽂혀 있는 영화로 <대니쉬 걸>을 언급한 것 기억나나요? 요즘에는 어떤 영화에 빠져 있나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조시 하트넷이 나오는 영화를 다시 찾아 보고 있어요. 봄이라 그런지 사랑 이야기도 좋고요.
봄에는 뭘 해도 기분이 좋죠. 이번 봄에는 벚꽃 구경을 꼭 가고 싶어요. 말 나온 김에 개화 시기를 검색해봐야겠어요.
우리 1년 만에 본 것처럼 내년 봄에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또 1년이나 기다려요? 분기별로 한 번씩 보면 안 될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