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멋있는 모습만 지니고 있지 않잖아요. 연약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게 인간인데, 쉽게 그려지지 않는 면모가 담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가 곧 방영하겠네요. 어떤 인물을 연기 하나요? ‘황재민’이라는 굉장히 밝은 인물이에요. 끼도 많고 잘 까불고. 재간둥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 전에 생계를 위해 청소부로 취직해요. 본래의 저와는 많이 다른 친구예요. 성향 자체가 굉장히 외향적이고 에너지가 꽉 차 있죠. 그래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저와 비슷해요.
배우 윤균상과 김유정이 출연하죠. 또래 배우들과 함께하는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다들 너무 잘해주시고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밝아서인지 현장에서도 기죽지 말라고 더 많이 배려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 더 친해지기도 했고요.
많은 걸 배우겠어요. 촬영할 때 알아둬야 할 기술적인 것도 많이 배우지만 사람들을 대하고 더 친밀하게 소통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 참여하기 전부터 관계에 대해 배우고 싶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잖아요.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과 감독님,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신인이라는 자리는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고 불안하죠. 가장 설레는 것과 가장 불안한 것은 뭔가요? 설레는 순간은 딱 하나예요. 촬영장에 가기 전 연습하면서 ‘이렇게 해야지’ 하고 준비할 때, 그때만 딱 설레요. 진짜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가득하고요. 그런 마음 빼고는 모든 게 두려워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현장에서 제 생각이 맞 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 많은 것들이 두렵죠.
그런 두려움에 휩쓸릴 수만은 없잖아요. 어떻게 극복하나요?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요즘은 산에 올라요.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 술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등산을 해요. 촬영이 없는 날에는 관악산에 올라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요.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촬영에 들어가면서 등산을 시작했는데 저와 잘 맞더라고요.
등산 말고 좋아하는 것들이 궁금해요. 뻔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 영화 보는 걸 가장 좋아해요.(웃음)
인생 영화 한 편을 꼽는다면요? 매번 바뀌는데 최근 인생 영화는 <너는 여기에 없었다>. 정말 재미있어요. <케빈에 대하여>를 좋아하는데 같은 감독님 작품이라서 봤어요. 전 사실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아직 제 자신을 찾아가고 있어요. 매달, 매주 그리고 매일 처한 상황에 따라 계속 제가 달라지고 있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연기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고요. 스물다섯에 연기를 했으니 비교적 늦게 시작한 거죠. 사람을 연기한다는 게 좋고 영화를 좋아했고, 그런 것을 직접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내가 연기하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중이고요.
보통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해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정말 너무 힘들어요. 저보다 분량과 대사가 더 많은 배우들을 두고 이런 대답을 한다는 게 부끄럽기도 한데 이상하게 촬영이 끝나고 되면 녹초가 돼요.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잠들어요.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고요? 처음에는 화면 속 제 모습을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보통은 집에서 혼자 모니터링 해요. 그런데 연기 할 때와 모니터 너머의 제 모습을 보는 건 정말 많이 다르더라고요. 목소리도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내가 준비한 것들이 모니터 너머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며 공부하고 있어요.
이제 막 필모그래피를 채우기 시작했어요.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필모그래피가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본 적 있나요? 여러 색으로 채우고 싶어요. 하나의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아니라 여러 인물과 여러 장르로 채워지길 바라요. 늘 다음 작품에서 ‘저 사람이 차인하야?’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더없이 좋겠죠.
<기름진 멜로>에 이어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까지, 많은 작품을 하게 된 올해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겠어요. 많은 것을 공부한 해로 남을 것 같아요.
20대가 지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웃음)
배우로서는요? 예전에는 일을 많이 하고 싶은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영화 촬영장도 경험해보고, 그렇게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장르로 따지자면 드라마. 인간은 멋있는 모습만 지니고 있지 않잖아요. 연약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게 인간인데, 쉽게 그려지지 않는 면모가 담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여요. 사람들을 보는 걸 좋아해요. 지하철을 타거나 카페에 앉아 있으면 멀뚱멀뚱 보게 돼요.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가령 우울하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그런 관점으로 타인을 보게 되죠. 저 사람도 뭔가 이야기가 있겠지, 라고요.
오늘 같은 인터뷰 자리도 아직 많이 어색할 것 같아요. 걱정돼요. 말이 글로 어떻게 전달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좀 움츠려 있는 상태예요.(웃음)
반면에 배우라는 직업은 적혀 있는 글을 감정으로 표현해요. 대본의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나요? ‘재민’이는 인물 설정의 많은 부분이 대본에 적혀 있어요. 그에 더해 제가 채워나가야 할 부분은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물어보며 방향을 잡아가고 있어요. 소통하면서요.
그런 소통의 과정이 어렵진 않고요? 어려워요.
벌써 쉬운 게 더 많으면 이상하죠. 쉬운 게 아무것도 없어요.(웃음) 쉬워지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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