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MONIKA)
오늘 아주 멋졌어요. 멋있다는 말 많이 듣죠? 아유, 믿지 않습니다.
사랑 고백도 많이 받을 테고요. 받아도 받지 않습니다, 하하.
(웃음) 어때요? 단기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 표현을 받는다는 게.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아요. 엄청난 관심 덕분에 특별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래서 잘 돌려드리고 싶은데 아직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요. 당황스럽다기보단 막막해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를 나갈 때 어떤 예상을 했든, 그를 훨씬 웃도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돼요. 아예 예상하지 못했어요. 방송이 나가면 3~4일 친구 몇몇한테 연락이 오겠다 싶은 정도였죠. 그냥 몇 장면 캡처해서 학원 홍보에 이용해야겠다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이 올 정도고요. 지금 가족들이 저로 인한 대통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하. 심지어 이모 친구도 알게 됐어요. ‘다들 자중하세요’라고 말하는 중입니다.
대개 이런 상황은 뚜렷한 명암이 있잖아요. 관심이 집중되는 데 대해 들뜨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유명해진 탓에 실수하진 않을지,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런 마음 때문에 얼마 전 립제이 씨와 SNS를 통해 조공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가요? 선물은 5천원 이하만, 시간 걸려도 괜찮으니 비싼 택배는 쓰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시간과 공을 들인 편지와 선물들이 점점 더 많이 오는 거예요. 사실 그런 마음과 행위 자체는 너무 아름답죠. 포장지 하나도 못 버리겠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규모가 커지면 본질이 흐려질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편지를 하나하나 읽고 있는데, 양이 많아지면 의무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이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선에서 만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를 좋아하는 분 중 다수가 10대 후반 학생이나 20대 직장인인데, 그분들은 지금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할 때잖아요. 시간이나 돈을 이런 쪽에 많이 쓰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저 저희를 보며 어떤 희망을 보거나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팬덤 같은 걸로 변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길 바라진 않아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많이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저는 늘 패턴이 비슷했어요. 언제나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반응이 제게 특별한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우리의 방식에 공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해요.
이유가 하나는 아닐 거예요. 그중 하나가 춤을 대하는 진심 어린 태도이지 않을까요. 그게 완성된 무대에서도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에서도 드러나거든요. 그런 과정을 응원해주시면 정말 기쁘죠. 제가 <스우파>에 감사하는 건 과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댄스 신에서 과정을 응원받는 건 드문 일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무대 만드는 과정을 의미 있게 생각해주면, 지금까지 버텨온 데 대해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요. 너무 좋죠.
<스우파>가 댄스 신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스우파>는 댄스 신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자극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그 말을 듣더라도 이건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댄서들은 춤으로 무대를 만드는 데 전문가일 뿐, 대중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아는 이들은 아니거든요. 생각해보면 방송하는 분들만큼 대중의 관심사를 잘 알고,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분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죠. 물론 그분들은 춤을 잘 몰라서 우리가 상처받는 부분을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게 대중과의 소통이라면 이분들의 능력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갔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의도가 적중한 거죠. 지금 당장은 그 여파가 출연한 몇몇에게만 가지만, 앞으로 이를 잘 활용해서 대중의 시선이 댄스 신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제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의 춤에 대해 정의를 내려본 적이 있나요? 볼 때마다 장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모호성을 넘어 경계가 없는 상태로 나아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예전에 춤이 연기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되게 신기하고 행복해서 제 직업이 너무 좋아졌거든요. 그때까지 댄스는 댄서, 연기는 배우의 몫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이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니, 뭔가 우주 같았어요. 그 우주를 조금이라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춤을 춰요.
춤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제가 철학적인가요.(웃음)
<스우파>에서도 춤을 넘어 삶의 지표로 삶을 만한 철학적 메시지를 많이 남겼는데요. ‘어디까지 하는 게 열심히 하는 건지 보여주자’ ‘각자 하고 싶은 거 계속합시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줘서 능력으로 쟁취하는 멋진 어른이 될 거예요’ 등 명언이 많아요. 평소에 그런 류의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웃음) 저는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자신감이 없진 않았어요. 그냥 ‘이런 나를 인정하자. 재능이 없는 만큼 더 열심히 하자. 그럼 다른 이의 재능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생각을 되뇌었어요. 그렇게 살아와서 나온 말들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이 그렇듯 이 뜨거움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기 마련이에요. <스우파>의 열기가 식어도 끝까지 남아 있길 바라는 게 있다면 뭔가요? <스우파>가 끝나도 다른 댄서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길 바라요. 그래서 이 신이 대중 콘텐츠 중 하나로 명확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식으로든 계속해서 춤이 다뤄지길 바라는 거죠.
앞으로 댄스 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선택의 자유가 있는 신이었으면 좋겠어요. 사랑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예술 작품을 내놓지 않고, 몇 명이 좋아해주든 흔들리지 않는 풍토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다들 ‘조회수, 좋아요’에 엄청 흔들리잖아요. 그로부터 빨리 벗어나길 바라요. 다 제멋대로고, 또라이 같았으면 좋겠어요. 춤추면서 인생을 허비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원하는 건 이건데, 대중이 저걸 좋아한다니까 일단 저것부터 하자. 그리고 여유가 되면 내 걸 하자.’ 이게 나은 방법이라 생각하면 그래요. 그런데 인생은 한 번뿐이고, 몸은 늙어가고, 눈앞의 하루하루가 중요하잖아요. 대중이 이걸 좋아하더라도 다른 걸 해도 되는 사회를 바라요. 저도 옛날에는 춤추는 동생들한테 ‘직업은 다른 걸로 갖고, 춤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행복한 거야’라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용기가 조금 생겼어요. 제 무대를 좋아해주는 분들 덕분이죠.
인기의 척도에 따라 높낮이가 생기지 않고 모두 수평의 대지에서 춤추길 바라는 마음이겠죠. 수평보다 더 광범위해요. 우주 같았으면 좋겠어요. 위아래, 양옆이 다 없는 거죠. 그럼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춤 중에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동작이 있지 않았나요? 맞아요. 우주를 좋아하거든요. ‘우주’라는 노래도 좋아하고요.(웃음)
노제(NO:ZE)
인터뷰 준비하면서 포털사이트에 ‘노제’를 검색했더니, 역시나 ‘Hey Mama’ 안무가 제일 많이 보이더라고요. 조회수에 새삼 놀랐습니다. 이 정도 반응을 얻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방송 직후에도 그냥 반응이 괜찮다 하는 정도였는데, 요즘 많은 분이 따라 해주시고 방송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걸 보면서 저도 새삼 실감하고 있어요. 아직도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이렇게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요? 매력과 에너지가 서로 다른 이들의 조합인 데다, 강력한 리더들의 배틀이라 더 보는 이들의 주목을 끈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만든 안무의 힘이기보다 같이 하는 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낸 거라 생각해요.
안무를 따라 한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 안무의 원작자로서 누구의 춤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홍현희 씨가 기억에 남아요. 유튜브 영상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에서 저를 커버한 ‘노이로제’로 나오잖아요. 그 영상 보고 깜짝 놀랐어요. 춤뿐 아니라 제 스타일과 애티튜드, 표정, 말투까지 똑같이 하시더라고요. 관찰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제 마음속 1등입니다.(웃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를 마친 지금, 어떤 마음이 남아 있나요? 출연 당시에는 반반이었어요. 한계에 치닫는 느낌이면서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좋기도 했어요. 물론 아쉬움도 있죠. 그런데 막상 다 끝내고 나니까 안 나간 걸 가정하기 싫을 정도로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때의 선택이 역시 최선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스우파>를 하면서 배운 것, 얻은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경쟁을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막상 부딪히고 나니까 해낼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한 댄서들에게서 아주 많은 것을 배웠어요. 팀을 이끌어간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어색했는데, 다른 팀 리더들의 면모나 태도를 보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동생들을 보면서도 깨닫는 지점이 있었어요. 특히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리정이의 모습이 저한테는 부족한 부분이라 보면서 저도 덩달아 좋은 에너지를 얻었어요.
<스우파>뿐 아니라 다른 영상을 봤을 때, 노제 씨는 확실히 쉽게 들뜨지 않고, 정제된 표현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관심 받는 건 좋아하는데, 제 성격이 그걸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조용한 관종이죠.(웃음) 직관적으로 봤을 때 튀어서 눈길이 가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매력을 가지고 싶은 것 같아요.
어렵네요.(웃음) 맞아요. 제일 어려운 길이죠.
노제 씨의 춤에 대해 여러 감상이 오가는 중입니다.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은 ‘심플하지만 다이내믹하다’는 표현인데, 스스로는 자신의 춤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고요. 그러면서도 남들이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만드는 것도 선호해요. 제가 무대를 만들면서 구상했던 방향을 누군가가 알아채줄 때도 희열을 느끼지만, 제 춤을 신나게 따라 해주는 이들이 많을 때도 좋거든요. 아무래도 춤은 다 같이 출 때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시도해보고 싶은 방식도 있나요? 엄청나게 끼 부리는 거요. 저는 강약 조절을 잘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끼를 분출하는 춤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런 춤을 추는 댄서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성격상 끼를 분출하는 건 아직 어려운 영역인 것 같아요. 노력하는데 쉽진 않네요.(웃음)
어떻게 하면 그런 춤을 출 수 있을까요? 나는 짱 멋있다는 생각을.(웃음)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고 춤을 춰야 해요. 신기한 게 그런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태가 달라 보여요. 저는 무대 올라갈 때부터 계속 ‘나 진짜 멋있다. 최고다’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야 뭔가 다른 게 나오거든요. 아닌 척해도 자신감이 없으면 무대에서 다 티가 나요.
무대 밖에선 어때요? 춤추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지면 좋은 마인드인 것 같은데요. 절대 못 그러죠, 하하. 평소엔 그런 생각을 못 해요. 제가 무대 위와 일상의 차이가 커요.
춤이 좋은 이유는 뭔가요? 음악을, 그리고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니까요. 저라는 사람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뭐든 많이 도전해보려고 해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면서 저를 더 잘 표현하고 싶거든요.
춤이 좋아하는 취미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일이기도 할 텐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많나요? 아무래도 점점 더 일로 볼 때가 많아지고 있어요. 요즘에는 일로 대할 때가 70, 오로지 즐기는 때는 30 정도인 것 같아요.
노제 씨에게 궁극의 무대는 어떤 형태인가요? 다들 관객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무대가 그리울 거예요. 영상으로 보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지만, 춤은 라이브 무대에서 볼 때 진짜 재미있거든요. 언젠가 댄서들의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어떤 무대든, 관객만 아주 많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그때 관객이 몇 명쯤 있으면 좋을까요? 제가 콘서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면 많은 거예요? 잠실종합운동장 꽉 채울 정도면 좋겠네요.(웃음)
‘Hey Mama’처럼 또 다른 곡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어떤 곡을 시도해보고 싶은가요? 저 있어요. 오드리 누나(Audrey Nuna)의 ‘Damn Right’라는 곡이요. 요즘에 꽂혀서 자주 듣는데, 제 방식대로 안무를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곡을 넘어 뮤지션과 협업한다면요?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좋아하는 뮤지션은 아주 많은데, 이 질문을 듣자마자 두 사람이 생각났어요. 씨엘과 리한나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표현을 하는 아티스트를 동경하는데, 두 사람이 딱 그렇잖아요.
그 모습이 댄서 노제가 지향하는 모습이겠죠? 네. 그렇게 되고 싶죠. 사실 제가 댄서인데도 소극적인 면이 많거든요. 그래서 자신을 제대로 분출할 줄 아는 이들을 늘 선망해왔어요. 언젠간 저도 자유롭게, 온전히 춤으로 저를 드러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