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진가 멜리사 스릭은 가장 친밀한 두 여성의 신체가 그려낸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했다.
서로 기대고, 함께 얽혀 있는 모습 속에 여성들의 우정이 지닌 아름다움과 힘이 있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며 나아갈 때, 여성의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5년 전, 내가 오래된 공책에 남겨둔 메모를 우연히 발견했다. ‘여성들의 우정이 지닌 역동성 탐구하기.’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품은 듯한 이 문구가 내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어린 시절 두 명의 언니와 함께 자라며 정체성을 확립했고, 지금도 많은 여성에게 둘러싸여 지내는 내게 ‘여성의 삶’은 늘 중요한 화두다. 그런데 내가 주변 여성들과 나누는 감정은 일부 대중매체에서 묘사하는 여성 간 우정의 양상과는 달랐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나만의 정직한 시선으로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을 ‘송가(Ode)’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로 엮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찾았나?

지인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낯선 여성에게 연락해 촬영 의사를 확인한 다음, 가장 친한 여성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절친한 두 여성을 제삼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촬영에 돌입했다. 그들과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셔터를 눌렀다.

사진가 대 피사체로 만났지만, 촬영을 계기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맞다. 촬영을 진행하며 우리는 여성들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거나 비언어적 소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더라. 그 덕분에 여성들의 우정이 일궈낸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고민한 부분이 있나?

인간관계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않나. 손을 잡거나 껴안는 등 일상적인 행동은 우정을 암시하는 징후지만, 그 본질을 볼 수는 없었다. 이는 ‘사진이 어떻게 무형의 것을 표현하는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내가 찾은 방법은 ‘신체 언어’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 춤을 춘 적이 있어 신체가 보이는 것 너머의 감정을 전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선 여성들의 즉흥적인 표정과 동작을 촬영하려 했고, 어떤 포즈가 필요한지 신중히 생각한 뒤 그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이렇게 사진에 담긴 장면을 관찰해 그 의미를 재해석하고 확장하며 여성 우정의 본질을 탐구했다. 계획된 틀 안에서 계획되지 않은 진실한 순간을 포착하는 게 내 작업 방식이다.

사진에 담긴 여성들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다 보면 여성 간 우정의 본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의한다. 예를 들어 둘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은 오늘날 여성들이 서로 지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편안하게 받쳐주거나, 함께 뒤얽혀 있거나, 거울에 반사된 듯 같은 동작을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것이다. 모든 관계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여성의 우정을 아우르는 보편적 특징은 포용과 신뢰, 무조건적 지지가 아닐까 싶다.

공원, 강가, 해변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한 점도 인상 깊다.

공공장소는 군중 속 개인이 스스로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도화지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그곳을 과감하게 점유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여성은 가정과 직장을 비롯한 삶의 공간에서 그들을 하나로 직조해버리는 일련의 일을 겪어왔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며 나아갈 때, 여성의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우정이 지닌 아름다움과 힘을 인지하고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듯하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차원의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계속 카메라를 들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이들을 10~20년 후에 다시 만나거나, 큰 집단을 이룬 여성들의 관계를 탐구해봐도 흥미롭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