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여성. 124년의 그 역사 속에서, 파리 2024가 써 내려갈 최초의 순간들을 만나보세요!
124년이 흘러, 도달한 50 : 50
이번 파리 2024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성과 남성 참여자 수가 같습니다. 총 10,500명 중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가 각각 5,250명이 참여할 예정인데요. 이렇게 남성과 여성의 참여 비율이 50대 50로 같아지기까지는 약 124년이 걸렸습니다.
최초로 여성의 출전이 허용된 올림픽은 1900년에 열린 제 2회 파리 올림픽입니다. 그 당시 전체 참여 선수 997명 중 여성 선수는 22명에 불과했죠. 약 124년 전 2.2%였던 여성 참여 비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0%에 도달했고, 마침내 이번 파리 2024에서 50%를 달성하게 됩니다.
종목 별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
파리 2024는 50대 50이라는 동등한 비율을 넘어, 각 종목에서의 차이도 줄이고자 합니다. 먼저, 복싱 경기에서 남녀 체급 개수의 차이를 줄였습니다. 복싱 경기는 남녀를 통틀어 총 13개의 체급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여자 복싱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던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남자부와 여자부의 체급 개수는 각각 10개와 3개로, 남녀 체급의 개수는 7개 차이가 났죠. 이후 여자부 체급은 도쿄 2020에서 2개, 이번 파리 2024에서는 1개가 추가돼 6개가 됐습니다. 동시에 남자부의 체급은 8개에서 7개로 줄었는데요. 체급의 개수차가 1개로 줄면서, 역대 올림픽 중 복싱 경기의 남녀 체급 차이가 가장 작아졌습니다.
또, 여러 혼성 경기가 추가됐습니다. 대표적으로 남성 50km 경보가 혼성 경보로 바뀌었습니다. 혼성 경보는 파리 2024에서 처음 선보이는 종목인데요. 기존의 50km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거리인 42.195km를 남녀 선수가 약 10km씩 돌아가며 뛰게 됩니다. 경보 개인전과 마찬가지로 에펠탑 아래를 지나는 코스로 진행된다고 하니 놓치지 말아야겠죠?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2024년 8월 7일 오전 7시 30분에 진행됩니다.
최초로 대미를 장식할 여자 마라톤 경기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여자 마라톤 경기가 파리 2024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역사적으로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경기를 마지막 순서로 진행하며 올림픽 의식을 기려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 마라톤 경기가 가장 마지막이었죠. 그런데 이번 파리 2024에서 여자부와 남자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여자 마라톤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되고, 지금처럼 여성이 마라톤을 뛰는 것이 당연해지기까지는 여러 도전이 있었습니다. 많은 한계를 뛰어 넘어온 여자 마라톤은 더 많은 여성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큰 공헌을 했죠. 이런 여자 마라톤 경기가 올림픽을 마무리 짓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데요. 이에 대해 스포츠 역사학자 플로렌스 카펜티어(Florence Carpenti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자부 경기가 끝난 후에 여자부 마라톤 경기를 올림픽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중략) 많은 여성들은 달릴 권리를 위해 싸워왔고,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의 신체를 이유로 여성은 마라톤과 같은 경기를 뛸 수 없다고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파리 2024가 여자 마라톤 경기를 이러한 방식(마지막 순서에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출처: Paris 2024 공식 웹사이트
역사적인 여성 행진을 따라서
이번 파리 2024의 마라톤은 ‘베르사유 여성 행진(The Women’s March on Versailles)’의 발걸음을 따릅니다. 베르사유 여성 행진은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세계인권선언을 비준하게 한 운동이었습니다. 여성 인권을 기념하며 이번 파리 2024의 마라톤은 베르사유 여성 행진의 경로를 따라, 파리 시청 ‘오텔 드 빌 드 파리(Hôtel de Ville de Paris)’에서 출발합니다. 일드 프랑스(Île-de-France)를 가로 지르는 마라톤 코스는 베르사유 궁전 등 파리의 여러 랜드마크를 지나 앵발리드 산책로에서 마무리 됩니다. 여자부 마라톤은 2024년 8월 11일 오전 8시에 시작됩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여성이 처음으로 참여했던 올림픽으로부터 약 124년이 지난 지금, 파리 2024는 또 다시 새로운 최초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노동부의 평가 기준에 따라 성평등 지수 100점 만점의 93점을 받았고, 성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여성의 일상 회복을 돕는 ‘레 콩바탕트(Les Kombattantes)’ 프로젝트에 후원도 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 10%대에 머무는 여성 코치진 비율, 여성의 저조한 생활 체육 참여율과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습니다.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는 파리 2024. 그들의 성평등을 향한 행보는 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