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듀오
나의 배우, 나의 감독 (윤가은과 최수인)
영화 <우리들>에서 ‘선’ 역을 맡았던 배우 최수인은 1년 남짓한 사이 두 뼘은 더 자라 있었다. “와, 키가 많이 컸네요” 하니 옆에 있던 윤가은 감독이 말한다. “너 148cm 됐어? 엄청 컸구나. 작년엔 140cm였는데.”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감정과 관계의 문제를 섬세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다. 작은 영화지만 묵직한 무게감으로 3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들>의 윤가은과 최수인은 함께 일을 한 사이라기보다 친구에 가까운 관계다.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 한 번도 연기를 해보지 않은 배우를 주인공으로 쓴다는 건 도전에 가까운 일. 하지만 윤가은은 리허설 때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선이를 둘러싸고 네 명의 친구들이 몰아붙이는 장면을 연습할 때였어요. 선이의 표정만 담는 카메라가 있었는데 그 순간 수인이의 눈빛을 보니 그 친구들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더라고요. ‘난 여기서 이런 역할을 연기하고 있어’ 하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이 상처가 되면 실제로 상처를 받고, 그 말이 좋은 말이면 실제로 기분 좋아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이 친구는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죠.”(윤가은)
가장 촬영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둘은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수인이가 모든 신에 다 나와야 해서 그만큼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이 친해졌죠. 저도 제 얘기 많이 하고, 수인이도 자기 얘기 많이 들려주면서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못다 한 얘기는 카톡으로 나누곤 했어요.”(윤가은)
생애 처음 연기를 하면서 윤가은을 믿고 따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최수인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꼽았다. “시나리오가 있긴 했지만 그 안에서 저희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셨어요. ‘오늘은 이런 상황이야. 선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얘길 할 것 같아?’ 하고 물으면 전 그 상황에 몰입해 떠오르는 대사를 했어요.”(최수인) 수인이가 선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도 윤 감독의 도움이 컸다. “‘선이는 이런 환경에서 자랐어. 엄마와 아빠는 이렇고, 동생을 끔찍이 아껴.’ 이렇게 설명해주면서 실제 제 모습이랑 공통점을 끄집어내주셨어요.”
감독 역시 최수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럴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제가 갸우뚱했던 부분을 오히려 이 친구들이 이야기해준 것도 있어요. 저보다 매일 겪고 관찰하는 친구들이라 도움을 많이 줬죠.” 쫑파티를 하는 날 윤가은은 최수인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배우에게 ‘빨리 <우리들 2> 각본 쓰라’고 닦달당하기도 했다. “다음에 또 수인이와 작업을 하게 된다면 조용한 수인이의 성격과 정반대의 캐릭터라면 좋겠어요. 잘 놀고 욕도 잘하는. (수인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엄청난 친구거든요.”(윤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