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 영화제

〈일주일, 그리고 하루〉

“어쨌든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려야 한다는 마음은 모든 영화인이 같을 것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한 말이다. 길었던 성장통이 채 아물지 않았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아껴온 많은 이들의 품이 오래 들었던 만큼 앓는 일도, 낫는 일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내 회복기에 들어설 것을 믿는다.

이번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여 년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동시에 향후 20년의 비전을 모색했다.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창동 감독 등 아시아 3인의 거장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 대담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한다’는 대외적으로 그 의지를 천명하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새 마음, 새 뜻으로 시작하는 영화제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아시아와 한국 영화의 새로움을 발굴해온 영화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했다.

 

올해에는 특히 국가를 막론하고 다양한 국적의 신인 감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그 가운데 시원찮게 돌아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젊은 감독들의 비판적인 시선이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단편 및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와이드 앵글’ 섹션에서 한국단편 경쟁부문은 지난해보다 6편이 늘어난 16편이 선정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증명했다. 모두 대의를 앞세운 굵직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눈을 조금만 돌리면 볼 수 있는 대안적인 삶과 소수자의 처지 등을 고민해 독창적으로 풀어낸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총 26개국에서 56편이 초청된 아‘ 시아영화의 창’ 섹션에서도 같은 맥락의 작품들을 대거 확인할 수 있는데,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자얀데루드의 밤〉과 카말타브리지의 〈순례길에서 생긴 일〉은 자국인 이란에서 오랫동안 상영이 금지되었다가 최근에야 공개된 작품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중남미 영화의 궤적을 좇는 기획전들도 눈에 띈다. 한국 장르영화의 개척자이자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이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는 이두용 감독의 회고전은 그간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그의 세계를 점검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작고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특별전 역시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시간. 최근 중남미 국가 가운데 칸이나 베를린, 선댄스 등 주요 영화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콜롬비아 영화를 살펴보는 ‘칼리그룹: 현대 콜롬비아영화의 뿌리’도 올해 부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세계적인 영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월드 시네마 섹션에는 취향을 저격하는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특히 프랑수아 오종, 자비에 돌란, 짐자무쉬의 스타일리시한 영화들은 부산에서의 시간을 더욱 감각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부산 국제 영화제

〈단지 세상의 끝〉

세계적인 영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월드 시네마 섹션에는 취향을 저격하는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특히 프랑수아 오종, 자비에 돌란, 짐자무쉬의 스타일리시한 영화들은 부산에서의 시간을 더욱 감각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두고 ‘비 온 뒤 땅 굳는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자주 쓰인다. 이 표현이 사실이기에 기꺼이 쓸 수 있고, 쓰게 되어 반갑다. 더 많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잔치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