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나의 힘
내 연애는 모두 술과 함께 시작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낯가림도 사라지고 행동이 자연스러워지지만 나는 유난히 외향적으로 변해서 마음만 먹으면 손도 잡을 수 있고 고백도 해버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절대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진 않는다. 그래서 술자리 분위기를 계속 파악해가며 맘에 드는 남자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꼭 쥐고 놓지 않는다. 그 주제로 둘이 대화를 이어나가며 내 밝은 매력을 마구 뿜어낸 후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지면, 이번엔 문화와 취향에 예민한 맨 정신의 나를 선보인다. 동시에 (네가 만났던)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나는 아주 담백한 사람이라는 걸 어필한다. 그러면 노는 것도 취향도 확고한 매력녀로 어필 성공, 연애 시작은 시간문제다. _M(28세, C쇼룸 스태프)
들이대는 여자 앞에 장사 없다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연애가 끊어진 적이 없었다. 비교적 성공적인 연애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나의 적극성 때문이다.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나의 연애는 전부 내가 먼저 (곧 남자친구가 될) 남자들에게 소위 ‘들이대’면서 시작됐다. 뭔가를 꾸미거나 간 보는 데 서툴기도 하고 좋고 싫은 게 분명한 성격 탓인데,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얼굴을 마주 보고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는 표현을 숨김없이 한다. 당황하지만 정색하며 싫어하는 남자는 단언컨대 한 명도 없다. 이후 포인트는 헤어지고 문자나 전화로 절대 그런 식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를 만나지 않는 동안 자연스레 안달이 난 남자들의 조바심은 만났을 때 애정으로 폭발한다. _H(32세, 가구 디자이너)
널 위해 준비했어
그녀와 관계를 더욱 확실히 하고 싶다면 다음 장소는 으레 나의 집이다. 벌써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려는 게 아니다. 메뉴는 상관없다. 굴을 듬뿍 넣은 미역국이든, 마늘을 잘게 잘라 이탈리아산 오일로 향을 낸 알리오올리오든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그녀의 취향을 저격하는 메뉴로 뚝딱뚝딱 요리를 시작한다.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는 건 필수다. 별로 어렵지 않은 건 그녀에게 맡긴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혼자 뻘쭘할 그녀를 위한 작은 배려랄까. 자취 경력 10년과 친구들과 홈파티를 하며 갈고닦은 요리 실력을 한껏 발휘한 후 어둡고 따듯한 무드의 조명을 더하면 그녀가 여자친구가 될 날이 일주일은 당겨진다. _S(31세, 그래픽 디자이너)
귀여움 대방출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기어코 하는 이유는 이것이 팩트이기 때문인데, 나는 몸집이 작고 아주 말랐다. 집안 내력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말랐다, 얼굴이 작다’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목소리도 앳된 편이라 대학 때 동기 오빠들이 곧잘 ‘애기’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다혈질로 자주 욱하는 성격 탓에 어디서든 ‘남자아이 같다’는 게 보통 나의 첫인상이다. 이게 깨지는 건 연애할 때다. 작은 몸집과 아기같은 목소리는 내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포켓걸’로 만든다. 평소보다 살짝만 목소리 톤을 올려도 남자들은 ‘아빠 미소’를 짓는다. 삼십 평생 살면서 느낀 건데, 예쁜 여자 마다할 남자야 없지만 귀여운 여자 앞에서는 예쁜 것도 무용지물이다. _Y(30세, 영화 마케터)
자꾸만 눈이 마주쳐
자고로 눈에 자꾸 밟히면 없던 감정도 생기는 법. 마음이 가는 여자가 있으면 나는 계속 시선을 그쪽으로 던진다. 일부러 보는 거라기보다는 보고 싶어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건데, 그런 눈길을 자제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숨기지 않는다. 중요한 건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키는 것. 여럿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은근하게, 하지만 꾸준히 바라보다 보면 거짓말처럼 점점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난다. 이건 그러니까, 상대방이 나라는 존재를 알고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연애 1단계의 치트키라고 할 수 있겠다. 회사나 한 집단 내에서 라면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그렇게 만난 여자와 2년째 열애 중이다. _P(35세, 뉴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