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유독 이직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맴돈다면,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지금 옆자리 동료는 현명하게 이직을 준비 중일지 모른다. 2016년 12월 잡코리아에서 남녀 직장인 7백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직 관련 설문조사에서 장기 커리어를 위해 바로 지금이 이직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65.4%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특히 3~5년 차 경력의 직장인가운데 80.3%가 이직하기 좋은 타이밍은 현재라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응한 직장인 가운데 80.4%가 이미 한 번 이상의 이직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그들의 첫 이직 시기는 첫 직장 입사 후 1년 차가 가장 많았으며(23.9%) 이어 입사 2년 차(18.9%), 3년 차(18.5%) 순이었다. 거의 모든 연차의 직장인들이 매년 이직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입사 1년 차부터 10년 차까지, 한 번이라도 이직을 생각해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이직과 관련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모았다. 아래는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현직 헤드헌터와 재직자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컨설팅 연구소 이민영 소장의 답변이다.

 

CASE 1

졸업 후 치열한 준비 끝에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 취업에 성공했죠. 그런데 신입사원에게 복지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기업이 내세우는 자기계발 지원이나 근무시간 유연제, 각종 휴가제도와 같은 복지제도는 부서와 팀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고요. 이직을 하려 하는데 이게 공식적으로만 내세운 복지제도인지,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인지 어떻게 알고 준비할 수 있을까요?

대기업 기준으로 휴가, 복리후생비가 신입사원이라고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복리후생비로 지급되는 돈으로 어학 학원에 다니기 위해서는 칼퇴근 해야 하는데 팀 프로젝트 때문에 시간을 빼기 어렵고 눈치가 보여서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런 경우를 미리 확인하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류 심사에 통과해 면접을 보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좋은 후보자를 찾으려 하지만 이직하려는 사람도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선 면접을 보면서 확인해야 한다. 내가 지원한 팀의 팀장 또는 임원과 만나 그곳의 분위기나 어떤 업무를 하는지 꼼꼼히 알아보고 나와 일하게 될 사람도 확인해보길.

 

CASE 2

잡지사에서 7년 동안 일했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를 세 번 옮겼고요. 매번 이 직종을 벗어나자고 생각하지만 그만두고 다시 돌아오길 반복합니다. 마음먹고 다른 직종으로 옮기고 싶은데 취준생으로 돌아가서 공채를 준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 직무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업종으로는 어떤 게 있는지요?

7년 동안 회사를 세 번 옮겼다면 이직이 잦은 편이다. 잡지 쪽이 이직이 많은 업종이라 가능했겠지만, 타 업종으로 오면 네 번째 회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잡지업계에서 일했다면 광고 에이전시, 콘텐츠 기획사 쪽으로 갈 수 있고 해외 대학 출신에 영어가 가능하다면 브랜드 홍보, 소비재 기업의 BM, 마케팅 부문으로도 열려 있다. 하지만 잡지가 사양산업이므로 일반 기업에서는 잡지사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직을 원하는데 계속 현재 업계로 돌아오고 있다면 타 업종으로 나서는 게 두렵거나, 익숙한 곳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큰 게 아닐까 싶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 전에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말로 마음의 준비는 됐는지 자신의 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는게 더 중요할 것 같다.

CASE 3

지난해 2월에 퇴직하고 몇 달만 쉬자고 한 게 벌써 해를 넘겼어요. 그동안 구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눈만 높아졌는지 마음에 드는 조건을 갖춘 회사를 찾기 힘들었어요. 올 상반기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데 이렇게 이직 사이의 공백이 긴 것을 잘 커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력 단절로 공백기가 있으면 감이 떨어져 연봉 협의에서 불리하다. 이력서 작성 시에 가장 약점이 되는 부분이 경력 단절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력자가 이직을 하는 것과 퇴사해서 갈 데 없는 사람이 구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잘 돌아가고 있는 기업에서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을 원하는 이유다. 일단은 면접 보는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 경제활동이 아니라도 관련된 일, 봉사, 교육 등의 다양한 활동을 어필하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해야 한다. 그런 활동을 한 사실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놓아야 한다. 하는 일과 꼭 관련이 없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직무와 연결 지어 이력서를 잘 작성하기 바란다.

CASE 4

이직이 연봉을 올리는 절호의 기회라면, 보통 어느 정도 올라야 협상을 잘한 걸까요? 예를 들어 A 회사는 연봉 중 기본급은 낮은데 보너스, 자기 계발비, 상여금, 성과급, 야근수당 등이 붙어 많이 받았던 경우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금액을 협상하는 게 맞나요?

그렇다.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전체 연봉을 기준으로 협상하면 된다. 협상의 원칙 중 하나를 알려주자면 자신감 있게 제시하는 것이 좋고,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잘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와 같은 대답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제가 제시한 금액이 아니면 절대 안됩니다”하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도 금물. ‘전 직장에서는 연봉이 OOO이었습니다. 제 능력은 ~~하므로 OOO 이상의 연봉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그만큼의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식이 좋다. 현재 연봉보다 몇 %를 인상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이직은 연봉을 올리는 기회가 아니고 내가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기회일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길.

CASE 5

결혼과 퇴사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했어요. 얼마 전부터 구직을 시작했는데 지원한 회사에서 최종면접을 앞두고 처음에 말했던 것보다 낮은 연봉을 제시하더군요. 결국 최종면접에 응하지 않았어요. 경력직 구인에는 연봉을 구체적으로 적시해놓는 곳이 드물던데 처음에 제시받은 연봉을 어떻게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면접 볼 때 대뜸 물어볼 수도 없고요.

대기업에서는 경력직의 연봉을 정해놓는 경우가 없다. 중견기업이나 소기업에서는 더러 그런 경우가 있으며, 인사팀이 따로 없는 소기업에서는 임원이나 사장이 면접 시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연봉 금액을 미리 제시받았다면 인터뷰 때 물어보고 확인해도 된다. 처음에 말한 금액이 있는데 최종면접을 앞두고 금액이 낮아졌다면 1차 인터뷰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력서상으로는 괜찮은 후보자 같았는데 막상 인터뷰 때 보니 생각보다 못해 금액을 깎았을 수도 있는 것. 꼭 채용하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아무래도 후보자가 요구하는 걸 들어주기 마련이다.

CASE 6

출판사에서 10년 넘게 편집자로 일했는데 포털사이트 웹툰팀으로 옮기고 싶어요. 콘텐츠를 다룬다는 면에서 같은 일이긴 하지만 책과 온라인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이런 식으로 커리어를 바꾸고 싶을 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직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늦지 않았다. 우리는 30년 정도, 또는 그 이상 일을 한다. 그렇게 보면, 이제 고작 10년의 직장생활이 지났을 뿐이다. 출판과 온라인은 분명 다른 분야지만, 점점 출판은 줄어들고 온라인이 대세가 되어가니 이런 시점에 이직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전혀 다른 분야로 어떤 게 이질적인 이직은 아니라는 거다. 콘텐츠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면을 잘 부각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하라. 창의성이나 기획력, 독자에 대한 니즈 파악이나 시장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어필할 것. 대신 온라인 베이스의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이라도 숙지하길 바란다. 다른 전문가가 있겠지만 먼저 온라인 웹툰 제작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실질적인 액션이 면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CASE 7

이직의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 같지 않아요. 이직하기 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필요할 듯한데 구인 사이트를 뒤적이는 것 말고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사실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스스로 찾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커리어를 계획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이직이 구인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지인이나 헤드헌터를 통하는 등 이직의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직무가 적성에 잘 맞는다면, 같은 업계 종사들과 네트워크를 맺기를 추천한다. 직무 관련 교육, 콘퍼런스 등을 통해 친분을 쌓아놓으면 그 안에서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장기적인 커리어 전환에 관심이 있다면,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 같은 프로그램을 접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커리어 코치들이 직업 상담을 해줄 때 적용하는 프로그램인데, 무작정 남들이 하니까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세상의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직업에 진입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면, 보수가 적더라도 만족을 느낄 수 있고 나중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세상은 넓고 직업은 많다. 또 평생 직업이나 직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