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성과 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개인별 평가는 연봉과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성적으로 입사한 동기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봉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P기업은 올해 성과에 따른 연봉 차등 폭을 두 배로 확대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확실히 차등을 두겠다는 얘기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회사가 그 ‘일’의 비중을 어디에 더 크게 두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진다. 때로는 성과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역량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를 빨리 파악해야 자기계발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원한다면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고수 vs 말 못하는 너
모든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설득 능력을 갖춘 건 아니다. 말주변이 좋고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획서를 잘 쓰는 사람이 있고, 업무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사내 정치에 능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하거나 품의를 받는 모든 부분에서 논리 전개가 뛰어나고 설득을 잘하는 인물이 있으면 팀의 프로젝트가 통과되거나 이슈가 될 만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춘 능력이나 업무 내용을 보기 좋게 가공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능력이다.
알짜배기 스펙 vs 쓸데없는 스펙
스펙은 회사에 필요한 것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석·박사나 해외연수를 마치고 세무사·회계사·노무사·변호사 등의 고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신입 지원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런 것이 불필요한 스펙으로 분류돼 감점이나 불이익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의 스펙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그야말로 회사가 원하는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스펙을 보유한 경우에는 자격증에 대한 수당을 따로 지급하는 곳도 많다. 여기에서 수당의 차이가 발생한다. 간혹 어떤 핵심 스펙이나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핫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그 사람은 노동시장에서 당연히 인기가 많다. 외부 노동시장에서의 가치를 따져 직무 노동 가치가 인정되면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지급하기도 한다.
잘나가는 팀 vs 눈엣가시 같은 팀
같은 대학을 나왔고, 같은 연도에 같은 회사로 입사한 능력치가 비슷한 동기라도 각자 소속된 부서가 조직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따라 두 사람의 연봉이 달라진다. <미생>에서 안영이가 속한 자원2팀과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의 대우를 떠올려보자. 그들의 연봉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높은 평가를 받는 팀과 등급이 낮은 팀에게 돌아가는 성과금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수익이 많이 나는 팀일수록 구성원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본봉이 비슷한 동기라고 해도 특별성과급이 차이가 나 연봉 격차가 생기는 것, 억울하지만 현실이다.
인정받는 경력자 vs 연봉 깎인 경력자
기존에 일하던 직장과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경력자의 경우, 몸값이 올라가기도 하고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상사가 잘 모르는 분야의 직무에 능통한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상사로서는 그 분야의 난이도 차이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력직으로 이직했는데, 경력의 일부를 인정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그동안 쌓은 능력이 현재 업무에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그렇다. 실무에서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면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으니 이때를 놓치지 말길. 인정받지 못한 경력이 성과를 내는 데 도움 됐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후 연봉에 참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필의 귀재 vs 겸손하고 수줍음 많은 당신
인사평가 시즌이 오면 자기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성과를 잘 드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성과 자료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회사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제대로 기록해 자신의 성과를 항상 상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쉬운 일도 어려운 일인 것처럼, 작은 성과도 큰 성과인 것처럼 포장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연봉 차이는 꽤 크다. 회사는 암묵적인 전쟁터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줄 타는 사람 vs 혼자가 편한 단독자
인사평가 기간이면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하거나 일부러 상사보다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꽤 있다. 또 상사와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상사를 따라 관심도 없는 사내 동아리에 드는 사람도 있다. 더 나아가 점심을 먹는 자리나 회식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함께 다니며 이른바 ‘담배 정치’를 시전하는 누군가가 꼴 보기 싫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꼴 보기 싫은 사람이 당신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가자인 상사도 사람이다. 직원의 과거 성과만큼이나 최근 일어난 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성과가 비슷하다면 당연히 조직에 잘 융화되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눈치껏 하는 아부나 정치는 연봉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ADVICE
“무조건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근태 등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하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일의 양과 질을 세심하게 따져 평가를 달리하는 상사도 있다.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상사(평가자)의 눈높이나 성향에 맞춰야 한다. 요즘 TV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평가자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기에 상사의 눈치도 보아야 한다. 물론 근태 관리, 평판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연히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일은 일대로 하고 연봉은 남보다 한참 적은 게 불만이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_온세텔레콤 인사팀 과장 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