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 ‘Look’
5TH 미니 앨범 <CANVAS>
‘Look’이 수록된 앨범<canvas>는 모든 수록곡 제목 뒤에 가장 듣기 좋은 시간대가 쓰여 있다. ‘Look (a starlight night)’은 부제처럼 밤의 차가운 공기를 담아낸 공감각이 느껴지는데, 톡 쏘는 음색으로 내지르는 강력한 고음 파트는 속도감이 있어서 늦은 밤 공원 산책보다는 이른 새벽 강변북로 드라이브에 더 잘 어울린다. 2017년 상반기에 재발견된, 숨은 아이돌의 숨은 명반이자 숨은 명곡이다.
f(x) ‘아이(Love)’
정규 1집 <피노키오>
현존하는 K-POP 중 가장 슬픈 노래로 꼽힌다. 이 곡 전반에 흐르는 세련된 비애감은 ‘너로 다 채우다 눈물에 채이지 않도록’ 같은 애달픈 문장을 멤버 모두가 울음을 꾹 참는 목소리로 부르는 데 있다. 그렇게 참 았던 눈물이 루나의 고음과 엠버의 랩이 겹쳐지는 클라이맥스에서 터지는데, 한 곡 안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슬픔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WINNER ‘Different’
정규 1집 <2014 S/S>
노래는 송민호의 ‘친절을 바라지 마’라는 경고로 시작한다. 보이그룹의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위 ‘나쁜 남자인 나’를 자책하는 곡인데, 멤버 개개인의 독특한 음색이 교차하다가 강승윤의 록적인 목소리가 고해하듯 ‘I’m just different’를 내지를 때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 보편적 감성도 벅차게 밀어붙여 표현하는 위너만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소녀시대 ‘Express 999’
정규 4집 <I GOT A BOY>
‘마음이 복잡’해서 ‘강한 커피’가 필요하다는 첫 가사부터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걸그룹의 노래에서 늘 반복되는 ‘도도한 소녀가 사랑에 빠진 순간’의 서사를, 몇 개의 단어만으로 ‘세련된 성인 여성’의 이야기로 바꿔놓는다. 우주행 급행열차를 탄 듯 달려나가는 후렴의 멜로디 역시 ‘Express 999’를 자꾸만 듣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레드벨벳 ‘Campfire’
THE 1ST ALBUM <THE RED>
캠프파이어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조용히 모닥불을 바라보는 아이들, 왠지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기분. 이 곡을 들으면 이 모든 풍경이 단번에 펼쳐진다. 캠프파이어를 기대할 수 없는 나이가 돼버린 지금, 무더운 여름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오마이걸 ‘Playground’
2ND MINI ALBUM
이별의 순간을 이렇게 산뜻하게 그릴 수도 있구나 싶다. 슬퍼 죽을 것 같다는 처연함도, 떠난 네가 보란 듯이 잘 살겠다는 결연함도 없이, 놀이터라는 공간을 빌려 뻔한 이별은 싫다고 노래한다. 성장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