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 1 마이클 울린ㆍ김나무
사진가와 화가의 다정한 동네잔치
결혼식을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비용을 차라리 더 나은 집을 구하는 데 보태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동네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들어주겠다는 결혼 파티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이왕 하는 거 어떤 사람들이 하는 결혼인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간을 마음대로 쓰는 데 제약이 없어야 했다. 망원동에 있는 1인 호텔인 ‘앨비어러스’는 창조적으로 활용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러프한 매력이 돋보이는 벽에 신랑인 사진가 마이클 울린의 사진과 신부인 화가 김나무의 그림을 함께 전시했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이 주인공이자 호스트인 파티였다.
음식은 망원동에서 작은 팝업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던 신랑과 신부가 직접 만든 것과 합정동 ‘d_51’의 셰프이자 동네 친구인 동경진을 비롯해 가정식 식당 ‘키노코’, 샌드위치 전문점 ‘미아논나’ 등 망원동의 작은 식당 셰프들이 조금 씩 준비해온 것으로 충분했다.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망원동 ‘미완성식탁’ 대표 가 마카롱을, ‘카페 씨멘트’ 대표들이 음료를 맡아 디저트까지 완벽했다. 부케와 작은 플라워 소품은 망원동 꽃집 ‘루루플로룸’이 담당했고, 헤어와 메이크업은 신부의 친구인 제니하우스의 애리 디자이너가 맡았다. 모두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었다.
이태원의 테일러 숍 ‘테일러블’에서 맞춘 마이클의 수트는 심플한 다크 그레이 색상으로 결혼식이 아닌 평소에도 입을 수 있도 록 과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골랐다. 마이클의 부모님을 뵈러 두 사람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베이를 통해 산 ‘제시카 맥클린톡’의 프레리 스타일 빈티지 드레스로 신부의 룩까지 완성됐다. 돈이 중심이 되지도, 부모님을 초대하지도 않는 결혼식이기 에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았고 그들의 축복을 기쁘게 받는, 모두가 즐거운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두 사람의 말 을 부모님들은 어렵지 않게 수긍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가족들 이 한자리에 모이는 작은 웨딩을 따로 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이긴 했다.
‘노 웨딩’을 생각했던 두 사람에게 결혼식은 그리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자신들에게 딱 맞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결혼식에 부담을 느 끼는 예비 신부들에게 김나무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하루 중 겨우 몇 시간일 뿐인 결혼식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 까요?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