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의 커피

커피랩

친구들 사이에서 ‘커피랩’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거기 일하는 사람들 되게 멋지대”라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커피랩에서 우리의 동공은 흰 셔츠에 앞치마를 맨 훈훈한 바리스타들 앞에서가 아닌 커피 맛에서 커졌다. 우유를 휘감는 묵직한 질감의 에스프레소. 라떼에선 옅은 초콜릿 향이 났다. 커피랩에서 주로 라테나 카푸치노를 만들 때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틸 디 앤드’ 원두였다. 커피랩의 대표이자 2005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의 우승자인 방종구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만든 커피는 많은 이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렇게 커피랩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연인이 부부가 되어 아이와 함께 찾을 만큼의 역사를 지닌 이곳이 여전한 이유에는 커피마니아와 대중의 기호 사이의 적당한 균형도 한몫한다. 커피랩에서 로스팅하는 블랜딩 원두는 세 종류로 손님이 자신의 취향에 가까운 커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아이스크림과 베일리스가 들어간 ‘카페 스노우 탑’, 차가운 에스프레소와 초콜릿시럽이 조화로운 ‘서교동의 낮과 밤’ 같은 독창적인 베리에이션 음료도 함께 맛보게 한다. 이는 고객의 기호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커피 맛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른 아침 들른 단골손님의 ‘얼음 조금, 우유 많이’라는 취향을 정확히 기억하는 바리스타의 태도에서 보이듯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9 14
문의 02-3143-0908
영업시간 09:00~23:30

 

모두의 작업실

B-HIND

얼마 전 연희동에 생긴 ‘비하인드 리메인’이 아니고, 비하인드의 자매점 같은 프렌치토스트 전문점 ‘키오스크’도 아닌 상수동 카페 ‘비하인드’다. 2001년 합정과 상수 사이의 골목길을 카페 거리로 만든 1세대 카페인 비하인드는 주차장을 개조한 인테리어로 오픈 당시부터 지금까지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인테리어와 메뉴가 15년 전과 다름없이 유지되고 있으니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장소 특성상 오래 앉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간단한 식사 메뉴가 강세인데 특히 슈거 파우더가 잔뜩 뿌려진 프렌치토스트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바게트에 우유와 달걀을 흠뻑 적셔 토핑을 올리는 ‘키오스크’의 프렌치토스트 역시 비하인드에서 맛볼 수 있지만 단골들은 여전히 오리지널 비하인드 토스트를 선호한다. 그동안 주변 가게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걸 봐왔지만 비하인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지금껏 해온 자신들만의 방식에 확신이 있기 때문. 덕분에 우리는 대학교 때 과제를 하던 공간에서 주말 잔업을 처리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18
문의 02-3141-7212
영업시간 월~토요일 11:00~22:00 일요일 11:00~22:00

 

커피의 스펙트럼

TANTALIZE COFFEE

탄탈라이즈의 사전적 의미는 ‘갈망하다’이다. ‘넥타 한 방울을 갈망하는 이의 마음으로 탄탈라이즈의 커피를 마셨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 따라서 ‘탄탈라이즈’는 세 가지 싱글 원두만을 사용한 에스프레소, 롱블랙, 플랫 화이트 이 세 가지 메뉴로 양이 적고 진한 커피를 고수해왔다. 이제 탄탈라이즈는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간다. 본래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한 채 블렌딩 원두를 사용해 몇 가지 베리에이션 음료를 내고 애플파이, 스콘 등 디저트 파트를 추가했다. 커피는 기존과 같이 호주 기반의 에스프레소 음료와 미국적인 느낌을 가미한 푸어 오버(원두 분쇄 정도를 조절해 추출 시간을 줄이는 서양식 드립) 방식의 새로운 드립 커피도 선보일 예정이다. 스페셜 커피를 넘어선 최고급 커피인 프레지덴셜 라인 싱글 커피도 일정 기간 동안 판매할 예정이라니 커피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넘나들고 싶다면 탄탈라이즈를 찾아보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72-13
문의 02-794-3394
영업시간 10:00~22:00

 

카페 클래식

커피지인

카페를 오랫동안 운영한 지인이 말했다. 앞치마를 두른 서버가 테이블로 와 주문을 받고 진득이 기다리면 음료를 가져다주는 ‘카페’ 문화가 그립다고. 도산공원에 2006년부터 자리한 ‘커피지인’에 가면 그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목재와 실크스크린, 구석구석 자리한 빈티지 스탠드는 흡사 긴자의 오래된 커피숍처럼 클래식하다. 세월이 묻어 있는 고동색 테이블에 앉으면 바리스타가 메뉴판과 물을 가져다주며 주문을 받는다. 직접 로스팅하는 원두의 종류만 10여 종. 이런 곳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주문을 받은 바리스타는 이제는 보기 힘든 드립 커피용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커피 주전자를 올린다. 주전자에 온도계를 넣어 드립에 적당한 온도를 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내린 커피가 어떻게 맛없을 수 있을까? 비엔나커피부터 차갑게 마시는 에스프레소인 카페 스코소까지 커피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매장이 생긴 이래로 메뉴판이 바뀐 적 이 없어요. 팥빙수에도 요즘 유행하는 우유가 아닌 얼음을 갈아 과일과 젤리를 올려주죠. 그래서인지 단골손님이 대부분이에요.” 이곳에서만 6년을 일한 바리스타의 눈매에 확신이 스며 있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4
문의 02-546-6035
영업시간 10:00~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