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년 <여름깃>
지난해 신한카드 펜타루키즈 결선에서 새소년을 처음 보고 멍해지고 말았다. 안경 낀 여성 보컬이 재지한 기타 코드를 후려치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에 잠깐 앨라배마 셰이크스가 떠올랐지만 정확한 비유는 아니었다. 그들이 소울과 록이 나른한 가사와 기묘하게 결합한 두 곡을 들려준 무대는 연주와 가창이 다소 덜그럭거리고 맥이 없다는 점만 빼면 지난해 접한 가장 신선한 밴드 콘서트였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새소년은 괄목상대했다. 무대에도, 음반에도 신선함과 유려함, 강력함을 더했다. 프로듀서(실리카겔의 김한주)와 함께 땀을 흘려 비로소 새와 소년, 소녀의 음악에 닿았다. 경쾌한 리듬. 마치 투명한 하늘 같아 음악을 향해 뻗은 손에 파랑이 끈적하게 묻어난다. 그리고 빼려는 손을 또 다른 손처럼 잡아당긴다.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의 작곡가 오준영이 1985년 타임머신을 타고 슈게이징을 가져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비 와서 어두운 여름 낮, 잠수교 위에 서서 꿈속의 일처럼 물 펀치를 맞는 느낌이다. 의외로 치고 들어오는 기타, 드럼 그리고 나른한 목소리와 멜로디가 날리는 펀치는 슬로모션으로 다가오지만 피할 수 없이 빠르게 철썩댄다.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메이저세븐으로 움직이는 기타 코드 위를 서핑하는 멜로디는 매우 낯익은 동시에 낯설다. ‘몰락’과 ‘다나에’는 닿지 못해 떨어짐의 미학 위를 그렇게 헤엄친다. 꿈의 가요다.
데카당 <ㅔ>
올해 가장 독특하고 위험하며 퇴폐적인 밴드의 탄생. 네 개의 곡에 담긴 네 개의 표정은 마치 네 개의 밴드가 참여한 모음집이라도 되는 양 서로 달라 섬뜩하다. 화가 나 있고, 나른하고, 기괴하다. 그러니 기분을 망친 날에나 들을 것. 힙합이나 PB R&B 식의 박자와 가창으로 흐느적대는 보컬 아래로 전기기타와 밴드 사운드가 불협화음을 머금고 탁류로 굽이친다. 사이키델릭 록, 아방가르드 록 레코드 디깅에 빠진 디안젤로가 결성한 록 밴드 같다. 이 데뷔작에서 제시된 네 개의 판이한 방향 가운데 데카당은 어느 쪽을 택할지 무척 궁금하다.
전기성 <주파수를 나에게>
장기하와 얼굴들의 전자음악 버전이다. 펫샵보이즈, 프린스, 아하, 서태지와 아이들을 섞은 뒤 20세기 말에 어울릴 법한 시대착오적 종말론을 끼얹으면 이 모양이 될까. 뿅뿅대는 신시사이저가 이끄는 1980년대 풍 신스팝은 2017년에 그야말로 ‘현대 음률’. 그 위로 흘러간 홍콩 영화 배우나 프린스처럼 겉멋 실어 박자를 밀고 당기는 가창이 올라탄다. 웃다 울게 될 앨범이다. ‘사이코메트리-O’ 와 ‘마주볼필요없이’에서 롤러스케이트를 꺼내려다 ‘꿈 환상 그리고 착각’에서 내려놓았다. 저 이오스(E.O.S)에 헌정된 이 곡의 끝간 데 없는 우울함이 묵시하는 바를 깨달았기에. 멸망하지 못한 세기말의 존재할 수도 없는 슬픈 미래상을 본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