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흐르는 서울
홍종희
웬만한 재즈 애호가가 아니라면 서울에서 재즈 클럽을 간다는 상상은 그리 쉽지 않다. 해외를 나갈 때마다 그 도시의 재즈 클럽을 빠짐없이 들르곤 한다는 홍종희. 그는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급히 방문한 상하이의 한 재즈 클럽에서 지루한 출장이 곧바로 여행이 되던 순간을 잊지 못해 서울에서도 누군가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Discover Live Music in 100 Jazz Clubs’라는 트립을 만들었다. “전 세계에 있는 재즈 클럽 1백 곳을 가보는 것이 목표예요. 저 같은 사람이 분명히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서울의 일상 또한 여행처럼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트립을 만들었어요. 우리나라의 재즈 신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잖아요. 한국 재즈의 역사가 1백 년 가까이 된다는 걸 외국인들은 당연히 잘 몰라요. 서울에도 재즈 클럽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요.”
홍종희의 서울 재즈 여행은 바이닐 숍에서 시작된다.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각자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의 앨범 한 장을 골라서 같이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보컬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 피아노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 등 취향은 가지각색이고 그렇게 서로의 음악 취향을 나누며 재즈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를 만든다. 음악으로 한층 더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근처의 재즈 클럽을 찾아간다. 따라서 방문하는 재즈 클럽은 어떤 바이닐 숍을 가는지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홍종희는 크고 유명한 재즈 클럽보다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고 아늑한 재즈 클럽을 선호한다. “처음으로 간 클럽은 가운영 중이던 성수동의 ‘포지티브제로’였어요. 예상치 못한 곳에 위치한 곳이라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죠. 두 번째 트립은 방이동에 있는 ‘재즈잇업’이라는 곳에서 했어요. 이곳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단골들만 모여서 재즈 라이브 연주를 하는데 마침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연주하던 날이라서 분위기가 더 후끈했죠. 그날 같이 간 게스트는 심지어 방이동 주민이었는데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며 이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이면 꼭 거기에 간다고 하셨어요. 그분이야말로 오랫동안 살던 동네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죠.”
홍종희는 요즘 새로운 놀이에 빠진 것처럼 재미있는 밤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늘 가던 재즈 클럽이 있었어요. 하지만 트립을 하면서 내가 편애하는 곳이 아닌, 평소 알지 못했던 재즈 클럽을 발견했어요. 게스트들에게 소개해야 한다는 의무감 덕분이죠.” 홍종희는 최근 더 많은 재즈 스토리를 전하고 싶어서 재즈 보컬 말로가 진행하는 재즈싱잉 워크숍을 신청했다. DISCOVER LIVE MUSIC IN 100 JAZZ CLUBS
뜨거운 서울의 밤
쟈크
프랑스에서 온 쟈크는 그저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서울에 입성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자리 잡은 지 어느덧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평일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트립 호스트를 하며 서울의 밤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직장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한국의 영화와 음악을 좋아해서 서울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 하나로 여기까지 왔죠.”
쟈크는 서울의 이태원과 강남을 누비며 한국의 나이트라이프를 소개하는 트립을 운영한다. 게스트들을 먼저 한국식 바비큐집에 데려가 고기에 곁들여 소주 마시는 법을 알려주고, 주말에는 그때 가장 핫한 클럽으로 안내한다. “서울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한국 문화에서 사람들과 가장 쉽게 친해지는 방법은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이라 생각해요. 처음엔 어색하지만 함께 모여 소주를 마시면 금방 친해지죠.” 게스트들에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경험한 술자리 예절이나 소주를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설명하고 더불어 여행의 팁도 제공한다. 프랑스, 미국,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보며 견문을 넓힌 그의 눈에 포착된 서울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카페와 식당, 클럽을 게스트들에게 아낌없이 추천한다.
“한국에 금방 도착한 외국인들은 어디를 가야 할지 또 무얼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외국에서 온 제가 이제는 로컬이 된 입장에서 한국에서 뭘 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거죠.” 평소에도 SNS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쟈크는 이 트립의 호스트가 되면서 삶의 활력소가 늘었다고 말한다. “전 항상 새로운 나라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즐겨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친구가 되는 일이요.” 어떤 날은 유럽과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여행자들이 다 함께 어우러져 쟈크와 서울의 밤을 즐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저와 함께 밤 시간을 보내면 서울이 색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바라보는 새로운 서울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EXPERIENCE SEOUL NIGHTLIFE AS A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