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커플의 간결한 결혼식
김대웅ㆍ장혜운
속내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듯 투명하고 소탈한 인상이 닮은 장혜운, 김대웅 부부. 이들이 처음 만난 곳은 밀리미터 밀리그램으로, 사내 연애였다. 현재 장혜운은 가방 브랜드 ‘레귤라’, 김대웅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코우너스’를 론칭하면서 공유할 거리가 더 많아졌다. 고민이 생길 때 상의할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그래서일까? 같이 있을 때의 두 사람은 용감하고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서로의 멘토이자 소울메이트인 두 사람은 6년간의 연애 끝에 물 흐르듯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여의도웨딩컨벤션에서 올렸다. 예전에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괜찮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단독 홀인데다 버진로드가 길고, 조명 채도가 낮아 차분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데코레이션은 웨딩홀에서 기본으로 진행하는, 화이트 플라워를 이용한 담백한 스타일이 좋아서 따로 손대지 않았다. 부케와 부토니에는 전부터 지켜봤던 ‘식물상점’에서 주문했다. 식물상점의 작업에는 우리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꽃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튜디오 촬영은 원하지 않았지만, 기념으로 간직할 사진을 몇 장 남기고 싶었다. 마침 김대웅의 생일. 친구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농협 대학교에 갔다. 양손에 남대문에서 산 꽃으로 직접 만든 부케와 옷 몇 벌만 든 채. 방학 시즌이라 교정이 조용했고 수목이 잘 관리돼 있어 꽤 고즈넉했다. 리터칭을 최소화한 사진이 미모는 덜 살더라도 어색하고 인위적인 사진보다 좋을 거라고 생각한 두 사람. 에디터는 이들의 결혼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해두기까지 했다. 둘이 웃음을 터트린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콜드프레임’에서 심플한 반지 한 쌍을 제작했고 헤어 메이크업은 ‘꼭 이 사람한테 받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부탁했다. 아주 세세하게 상담한 덕분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전혀 어색함 없이 완성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아침에 분주하게 살롱에 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장혜운은 이렇게 집에서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 헤어 메이크업을 예비 신부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했다. 드레스는 르메르 바이 노비아에서 넥 라인을 딱 맞게 둘러싸면서 어깨가 예뻐 보이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앞은 짧고 뒤는 길게 늘어진 디자인의 베일은 장혜운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디자이너 커플이니만큼 청첩장과 식권 디자인까지 신경이 쓰였을 터. 청첩장은 물가에서 노는 원앙 한 쌍을 넣어 남편의 리소 인쇄소에서 제작했는데, 리소그래피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로 주변의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귀엽지만 전통적인 원앙 그림 때문에 어르신들도 기뻐하셨다고.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비교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그러니 조금 덜 보고 한 번 결정한 것은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앞으로 함께 할 것들을 생각하는 게 더 기분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