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E
<MELODRAMA>
‘올해의 앨범’ 후보│2013년 미니멀한 노래 ‘Royals’와 ‘Tennis Court’를 던지며 등장한 로드를 기억한다. 공간을 먼지처럼 떠도는 성긴 전자음들. 그 사이로 허스키한 보컬을 밀어 넣던 열여섯 살짜리 뉴질랜드 출신 팝스타. 어느덧 성인이 됐다. 잘 자라주었다. 2집 <Melodrama>에 실린 ‘Green Light’와 ‘Supercut’을 부르며 무대 위에서 막춤을 춰댄다. 단번에 기억될 법한 멜로디를 장착한 발라드 ‘Liability’ ‘Writer in the Dark’에 닿았을 때 로드는 대선배 케이트 부시를 닮은 검푸른 산호초가 된다.
LEONARD COHEN
<YOU WANT IT DARKER>
‘최우수 록 퍼포먼스’ 수상, ‘최우수 아메리칸 루츠 퍼포먼스’ 후보│코언이 영면하기 불과 17일 전에 낸 마지막 앨범 <You Want It Darker>는 육신의 소멸을 앞둔 이가 여전히 불길한 냉소와 비관의 깃발을 펄럭이는 작품이다. 코언은 성서 속 아브라함에 자신을 빗대 ‘제가 여기 있어요. 제가 여기 있어요. 주여, 저는 준비가 되었어요’라고 초 저음으로 그르렁댄다. 끝을 알 수 없는 동굴 쪽에서 들려오는 황홀한 멜로디의 향연.
KE$HA
<RAINBOW>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최우수 팝 보컬 앨범’ 후보│2014년 케샤는 프로듀서 닥터 루크를 고소했다. 그가 수년간 자신을 성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소송은 진행 중이다. 케샤는 스스로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며 제작자가 되기로 했다. 4년 만의 신작 <Rainbow>는 상처투성이가 돼 돌아온 자가 내뿜는 고통과 환희의 사자후다. ‘Praying’ 무대는 흰 장미로 뒤덮인 올해 그래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다. ‘당신이 어딘가에서 기도하고 있기를. 당신의 영혼이 변화하기를…’
FATHER JOHN MISTY
<PURE COMEDY>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후보, ‘최우수 리코딩 패키지’ 공동 수상│파더 존 미스티는 드러머로 자족하기엔 큰 사람이었다. 기나긴 자장가 같은 <Pure Comedy> 앨범은 엘튼 존의 음반 <Goodbye Yellow Brick Road>를 44년 후 미국 인디 버전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토네이도에 휘말린 도로시는 없다. 반쪽짜리 뇌를 갖고 태어난 아이가 비극으로 가득 찬 세계를 ‘완전 희극’이라 규정한다. 세계는 존재 자체로 환멸의 토네이도 가운데다. 미스티는 피아노, 밴드, 관현악의 섬세한 편곡이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선명한 목소리와 멜로디로 파도를 탄다. 소리로 된 소설.
BRUNO MARS
<24KMAGIC>
‘올해의 앨범’ 등 6개 부문 수상│제이지도, 켄드릭 라마도 물을 먹인 전미리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의 고루함에 화를 내도 좋다. 브루노 마스의 무더기 수상에 그 화풀이를 해도 좋다. 그러나 음반 <24K Magic>을 나무랄 수는 없다. 마스가 전작부터 부려온 멜로디와 리듬의 재주넘기가 마침내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클래식 분야 최우수 엔지니어 앨범’도 가져갔다. ‘24K Magic’과 ‘Finesse’의 얄미울 정도로 미끈한 사운드, ‘Versace on the Floor’의 날카롭게 빛나는 멜로디는 일찌감치 레드카펫을 펼쳐놨다. 팝의 왕좌가 지척이다. #BM은_새로운_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