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21
송이의 머리카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깨 언저리에서 출렁거렸다. 조금씩 자르다 짧아진 머리카락을 아예 전부 밀어버린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저마다 한 두마디 농 섞인 오지랖을 부렸다. 안 좋은 일 있었느냐는 질문부터 절에 들어가라는 뜻 모를 제안까지. 송이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내 스타일에 신경 꺼줄래?”
지가혜, 29
성가시게 만연한 일자 눈썹 사이에서 지가혜의 눈썹은 구불구불 애벌레 같을 때도, 알파벳 X자 네 개로 채워질 때도 있다. 눈이 커보이는 서클 렌즈 대신 눈동자가 작아 보이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렌즈를 끼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종종 ‘왜 그러고 다니느냐’고 묻는다. 그래 가지고 어떤 남자랑 결혼하겠느냐는 말도 듣는다. 지가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짧은 인생에서 좋아하는 거 하면서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 수줍음 많은 그녀는 인생은 짧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전가영, 29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 전가영은 유연하고 자유롭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어 보였고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아도 괜찮아 보였다. 가끔 그런 이들이 있다. 무언가로 타고난 사람. 전가영은 곧 토론토 패션위크 무대에 서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다.
니니, 24
니니의 등과 팔은 타투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다른 사람의 몸에 타투를 새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그녀는 몇 달 전 자신의 얼굴에도 작고 예쁜 그림을 새겼다. 옷
보다 길게 비져나온 니니의 타투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지나가다 멈춰 서서 “문신을 이렇게 예쁘게 할 수도 있네”라고 한 아주머니를 제외하곤.
서율, 22
귀 피어싱으로 시작해 코와 입술을 지나 볼까지 자신의 말마따나 ‘뚫었다가 막았다가’하는 서율은 그야말로 쿨 키드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호기심 많고 제멋대로인 그녀에게 ‘좀 여자답게 하고 다니라’는 말은 하지않는 것이 좋다. 서율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말한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