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큘럼(vasculum)은 과거 식물학자들이 식물채집을 위해 들고 다니던 원 바스큘럼(vasculum)은 과거 식물학자들이 식물채집을 위해 들고 다니던 원 통형 상자를 말한다. 식물 패턴으로 텍스타일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 ‘바스큘 럼’의 김유인은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식물을 패브 릭 위에 프린팅해 일상생활에 자연이 스미도록 하는 텍스타일 작업을 4년째 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북유럽 여행에서 마주한 거대한 숲에 감동 받은 그녀는 서울에서도 같은 감동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멀리 나 가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풀과 나무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식물 그림을 액자나 팬시용품 같은 형태로 만드는 건 피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를 찾던 김유인은 패브릭이라는 소재에 안착 했다.
천 위에 그려진 식물들은 대부분 김유인 개인 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해야 식물에 대한 스 토리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틈에서 도 기어코 얼굴을 내미는 민들레, 식탁 위로 가장 일 찍 봄소식을 전하는 냉이, 가을 산의 밤나무 같은 것 들. 얼마 전 귀촌한 부모님의 시골집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도 그중 하나다. 바스큘럼을 하면서 만나는 다른 작업자들의 식물로 범위가 넓어지기도 한다. “청주에서 앉은뱅이 밀 농사를 짓는 분이 있어요. 그 밀로 딸은 빵을 만들고요. 그분 덕분에 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밀밭을 볼 수 있었고 자료도 받아볼 수 있었어요. 그 자료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그 림을 그렸죠. 똑같은 밀이 한쪽에서는 패브릭으로, 한쪽에서는 빵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런 방식 의 협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식물 패턴을 패브릭에 입히는 과정은 대부분 수작업이다. 식물을 사진으로 기록한 후 그걸 참고 해 손으로 드로잉한다. 패턴화가 될 것을 염두에 두 고 그리는 드로잉이다. 완성된 드로잉을 컴퓨터 작 업으로 패턴화한 후 프린팅 판에 패턴이 제작되면 원단 위에 핸드 프린팅을 한다. 바스큘럼에서 쓰는 잉크는 식물성 오일로 만든 수성 잉크라 천연섬유 위에만 프린팅하고 있다.
김유인은 작업할 수 있는 소재가 많은 것이 식 물을 다루는 일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디자이너로 일할 땐 소스의 한계를 자주 느 꼈어요. 하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껏 그 려온 식물보다 그리지 않은 식물이 훨씬 많을 텐데 그 모든 것이 소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커요. 어디를 둘러봐도 식물뿐인 작업환 경이 만족스러운 것은 물론이고요.” 바스큘럼 hello-vascul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