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 인정?

남자친구와 1년 넘게 만나고 있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우리는 규칙적으로 주말에만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항상 카톡으로 연결 돼 있다. 내가 일주일에 세 번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올봄쯤. 퇴근 후 천근만근인 몸으로 수영을 배운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기꺼이 수영장으로 몸을 이끈 데에는 수영 강사의 힘이 컸다. 큰 키에 강다니엘처럼 넓은 어깨.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설레었다. 그렇게 몇 번 강습을 받다가 그가 나와 같은 대학 수영 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며칠 후 그가 내게 “학교 앞에 ○○ 파전집, 거기 진짜 맛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맞아요. 오늘처럼 흐린 날에 가면 제격인데”라고 대답했다. 사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내 말에 그는 “예, 회원님.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날 밤,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조심히 들어가셨죠? 언제 한번 파전에 막걸리 한잔해요!” 그제야 참았던 갈증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나는 바로 ‘칼답’을 했다. “그럼, 이번 주 일요일 밤 어때요?” 남친에게는 가족끼리 외식하러 나왔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이 모든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동생이 혀를 끌끌 찼지만, 심심해서 대학 동문이랑 술 한잔 마시는 게 뭐 잘못된 일인가? S( 약사, 29세)

 

 

아이돌이라서

우선 그 아이돌이 아니다.고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한 밴드에 푹 빠져 있었다. 그 전까지 국내 밴드는 밴드로 치지도 않던 내가 이 팀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에 들어와 만난 남자친구 A덕분이다. A와 나는 나란히 실용음악과에 입학했고, 드디어 그 팀의 공연을 눈앞에서 보기로 한 날이 왔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건물 뒤로 돌아가 담배를 피우려던 나는 순간 놀라 고꾸라질 뻔했다. 밴드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인 B와 다른 멤버가 그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감춘 채 천천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몇 초가 슬로모션처럼 지났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무대 위의 B와 몇 번이나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이 일련의 느낌에 대 해 A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겠지만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며칠 뒤 카페에서 잠깐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왔다가 건너편 빌딩의 지하 스튜디오에서 나오던 B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B는 일행과 잠깐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담배 너무 많이 피우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문을 튼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교환했고 이후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A는 같이 있을 때 정신이 나가 있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결국 내가 B와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B와 나 사이의 일이 전부 운명처럼 느껴졌다. 나는 A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B에게 갔다. B와의 연애는 건조했고 금방 끝이 났다. 7년이 지난 지금 더 자주 떠오르는 건 첫사랑 A지만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어렸고, 그는 나의 아이돌이었으니까. M( 스튜디오 엔지니어, 31세)

 

 

다 괜찮다며!

전 여자친구 C는 어디를 데리고 가든 단 한 번도 내 어깨가 으쓱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SNS에 사진을 올려도 여자친구 예쁘다는 말만 자동 댓글처럼 달릴 정도였으니까. 눈길을 끄는 외모 때문인지 C는 주변에 아는 오빠도 많고 어릴 때부터 친한 남자 사람 친구도 많았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 친구를 만난다는데 그게 남자고, 약속 시간이 저녁이라는 게. 내가 있는데 왜 다른 남자를 만나느냐고 하나 마나 한 질문을 던졌더니 C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오빠는 애인이잖아. 얘는 내 친구야. 오빠 친구는 전부 남자밖에 없어?”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여자친구는 애인보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고, 그러다 보니 사귀는 기간이 길어져도 둘 사이에 쌓이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관계를 정리했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나도 ‘이렇게 예쁜 여자를 어디서 만나나’ 싶은 생각에 하루하루 흘려보냈다. 연애를 하는 데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 역시 술 마시자는 친구들의 연락을 피하지 않았다. 후배 D를 만난 것도 그렇게 나간 술자리에서였다. 나란히 앉아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가 급물살을 탄 우리는 헤어지면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이후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매일 밤 통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연애는 D와 하는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가 D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함께 있을 때 휴대폰을 두고 화장실에 간 사이 D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C는 울면서 말했다. “대체 누구야? 나보다 예뻐? 집에 돈이 많아?”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D와는 올해로 연애 3년 차에 접어들었다. N( 디자이너, 3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