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C는 대기업 대리로 10년 차 직장인이다. 과장 승진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신 아픈 경험이 있다. C의 말에 따르면, 팀장이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후배 남자 대리들이 먼저 승진하는 모습을 3년을 봐야 했다. 첫해에는 한 해 정도 미뤄지는 것이 뭐가 대수일까 생각했고, 그다음에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업무에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세 번째도 승진에서 누락되자 C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이런 회사는 도저히 못 다니겠어. 내가 아깝다’ 이런 생각이었다. 그때 내가 한 충고의 요지는 ‘지금 그만두면 절대 안 돼’였다.
아이러니하지만 회사를 그만둘 적기는 자신의 가치가 가장 빛날 때, 성과를 최고로 인정받을 때다. 많은 직장인이 ‘이 회사, 도저히 못 다니겠다’라는 생각이 목까지 차오를 때 퇴사를 생각한다. 퇴사 후 조금 쉴 생각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간단한 취미생활도 즐긴다. 여기저기 아프던 몸이 나아지고 기분도 좋아져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마음이 들면 슬슬 재취업을 생각한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경력직 지원자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전 직장에서의 퇴사 이유다. 위의 경우 후배 C는 퇴사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후배 C는 1년여를 백수로 지내다가 재취업에 성공하긴 했으나, 여러 조건이 이전 직장에 비해 낮은 수준의 직장에 입사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에는 전 직장에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SNS 평판 조회 등을 통해 지원자가 전 직장에서 퇴사할 무렵의 다양한 정황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이유로 퇴사했을 경우, 이전 회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재취업을 할 계획이 없다면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단 너무 힘드니까 그만두고 나중에 다시 직장을 찾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퇴사하는 것은 분명 미래의 나에게 미안한 행동이다.
퇴사할 적당한 시기는 직장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나 팀장과 관계가 좋지 않을 때가 아니라, 업무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때, 현재 업무에 익숙해 새로운 업무로 범위를 확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다. 이 경우 천천히 준비해 이직하면 현 회사에서 좋은 이미지로 떠날 수 있고 옮긴 회사에서도 기대와 믿음 속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