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즐거움을 뜻하는 ‘디버시파이드 어뮤즈먼츠 (Diversified Amusements)’가 디어뮤즈먼츠의 뿌리다. 이 회사의 정체를 말할 것 같으면 음악과 미술, 영상 등을 만 들어내는 아트 컨설팅 에이전시. 최찬영 대표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닥터심슨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기로 했다. 디어뮤즈먼츠는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나 브랜드와 협업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회사다.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해왔나? 최근 디어뮤즈먼츠가 위치한 위워크 4층에 소속 아티스트인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의 픽셀 아트를 설치했다. 곧 종로타워에 위워크 종로점이 오픈하는데 그곳에도 설치미술을 선보일 생각이고 서울스퀘어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기로 했다. 뷰티 브랜드와 핑크 리본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뮤지션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음원 매출의 일부를 유방암 환우를 위해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뮤지션 심규선과 ‘피어나’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샌드 아트로 만들었는데 환우들이 수술하러 가기 전 그 뮤직비디오를 보고 용기를 많이 냈다고 하더라. 그 밖에 소속 아티스트와 다양한 브랜드가 함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만 진행하는 건 아니다. 소속 가수인 그_냥은 공연을 하다 보니 티켓 판매와 음원 매출에 따른 수익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만드는 창작물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거다. 나 역시 닥터심슨이라는 이름으로 방송 활동을 하다가 올해 초 은퇴했다. 내 생각과 색을 배제하고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위워크에 작품을 설치하게 된 건 이곳에 들어온 이후에 일어난 일인가? 내게 작품 설치를 제안한 건 위워크 미국 본사다. 그들은 우리 사무실이 위워크에 있는 줄 모르고 연락한 것이었다. 한국에 야자수를 심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해 픽셀 아트로 야자수를 표현하게 되었다. 어릴 때 쓰던 오래된 컴퓨터는 화소가 낮아 도트가 커서 이미지가 무척 거칠게 느껴진다. 이걸 픽셀 아트로 작업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해외에서도 작업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아티스트를 직접 발굴하기도 하나? 가끔 사람들이 내 업무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티스트의 생각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내 중요한 업무다. 한국예술원 교수로 출강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오디션을 하기도 했다.
아티스트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한 일일 듯하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어서 변수가 많다. 아티스트의 잠재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 않나. 문화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제한을 두기보다는 내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아티스트와 일하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사람만큼 변수가 많은 존재는 없다. 문득 내가 먹고사는 게 신기할 때도 있다.
매거진 <돈패닉(Don’t Panic)> 발행인이기도 하다. 어떤 잡지인가? 영국에 본사가 있는 라이선스 잡지다. 텍스트는 없고 스티커가 담긴 비주얼 위주의 잡지다. 선물 상자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돈패닉>은 봉투에 들어 있기 때문에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 1만 개의 봉투를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 무가지로 배포한다. 봉투 안에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작업 소식과 전시, 공연, 파티 정보와 함께 아티스트가 작업한 스티커가 담겨 있다. <돈패닉>을 본 신진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메일로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
3년 전 창업했을 때와 비교해 지금 상승세인가? 매출액이 매년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고 매출액 증가를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돈을 좇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
창업과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돈을 좇지 않는다는 건 지나치게 이상적인데 그런데서 오는 괴리감이 있을 듯하다. 사업은 고생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이력이 특이하다 보니 강연 제안을 많이 받는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죽도록 고생할 자신 있으면 해봐. 그런데 그 길을 꼭 권하고 싶지는 않아’다. 순수하게 아티스트와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데 일을 하다 보면 목표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하고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순간을 끊임없이 이겨내야 한다.
올해 이루고 싶은 중요한 목표가 있나? 스태프마다 꿈이 있는데 공연 기획을 담당하는 직원은 올해 재미있는 공연을 많이 기획하고 싶어 한다. 소속 가수 그_냥은 가장 큰 목표가 국내 큰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그 꿈을 이뤘다. 그의 또 하나의 목표는 건강한 마케팅으로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소속 아티스트 주재범은 종로 타워에 설치미술을 준비하고 있는데 파라다이스 시티 미디어 파사드와 넥슨과 캐릭터 아트도 예정돼 있다. 직원과 소속 아티스트의 목표가 곧 회사의 목표다.